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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⑩타임스퀘어, 서도호의 '카르마'가 묻습니다…삶은 무엇입니까?

1호선 영등포역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앞에 한국의 현대미술작가인 서도호의 '카르마'가 설치돼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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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온다. 그럴 때면 가장 먼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게 보통이다. 1500㏄ 이상 뇌용량으로 '기억하는 존재'가 된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이어서 퍼즐을 맞추다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각자의 해답이 나온다. 고대 인도인들도 이런 경험을 토대로 '카르마(업)'를 생각해냈으리라.

'카르마'의 가장 앞에 서 걷는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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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앞에 설치된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는 인생이 무엇인지를 복잡한 사변이 아닌 시각적 직관으로 느끼게 해준다. 정면에서 보면, 허리를 곧추세우고 팔을 크게 흔들어 걷고 있는 남자는 보통의 키에도 불구하고 다부진 몸과 큰 걸음걸이에서 당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위로 쪼그려 앉아 무등을 타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손으로 가린 채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집중 한다. 그 의지는 균형을 잡으려 힘이 들어가 굽혀진 발가락 디테일에서 돋보인다.

'카르마'의 군상들은 돔 모양의 굴곡을 이루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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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와 군상들이 동서남북 네곳에 있다. 네곳에서 시작된 무등을 탄 인간 군상은 하나의 꼭지점에서 만난다. 네 군상과 꼭지점은 굴곡지며 비잔틴 양식에서 보이는 돔의 골조 형태를 이룬다.

'카르마'의 군상들은 뒷사람에 의해 눈이 가려진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우리 삶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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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남자와 네 군상들은 무리 속 다른 사람에 의해 앞이 가려지고 어깨가 짓눌려 있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든 힘겨운 우리 삶을 연상시킨다.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는 군상들은 우리 삶이 과거, 현재, 미래로 연결되는 인과관계로 만들어진다고 말해준다. 작품 앞 소개글은 "서로 연결된 시간과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미래가 원인과 결과의 산물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르마' 꼭대기를 내부에서 바라보면 완전한 돔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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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내부에 들어가 보면 인간 군상의 띠들이 위로 솟아 하나로 모이며 돔을 이루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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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작품의 의미는 타임스퀘어의 성격과도 들어맞는다. 타임스퀘어는 말 그대로 시간(타임)을 간직한 공간(스퀘어)이다.

4곳에서 시작된 인간 군상들은 하나의 꼭지점에서 만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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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타임스퀘어는 1919년 경성방직, 즉 지금의 (주)경방이 시작된 자리다. 경방이 구 영등포 공장부지에 3년여의 공사 끝에 2009년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오픈했을 당시 '경방 3세' 김담 대표는 "타임스퀘어는 경방의 모태인 영등포 부지에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곳이다. 타임스퀘어가 한국 유통사업의 획을 긋는 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근대 섬유산업을 이끌어온 90년의 역사를 품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카르마'가 위치한 영등포역 타임스퀘어는 경방의 100년 역사가 담겨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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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인연의 결과라는 '카르마'의 의미처럼 경방과 작가의 인연의 끈이 계속되나 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의 주인공이 된 작품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던 삼성 리움 미술관의 전시도, 작년 DDP '에스프리 디올' 전에서 디올의 파리몽테뉴가 저택을 환상적으로 재현해내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던 패브릭파사드도 작가는 모두 '섬유'를 사용했다.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시리즈.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디올정신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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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들은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집 속의 집'으로, 은은하게 겹겹의 천으로 레이어드된 집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환영의 성에 초대된 것 같다. 반투명의 섬유소재는 손 바느질 봉제로 아름답게 건축됐고, 그의 작업을 특징 짓는 대표적인 요소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_ 아트에이젼시 '더트리니티' 큐레이터 www.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_ 패션사진과 영상연출분야에서 'Matt Ryu' 로 활동중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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