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지난해 BMW 520d를 구입한 김모 씨는 최근 지인들의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 씨에게 전화를 건 지인들은 "차량 주행하는데 문제 없어?" "요즘 '화차'로 유명세를 떨치던데 불 안났어?" "평소에 관리 잘받아"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김 씨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근 BMW 520d 차량이 도로 위에서 화재로 전소됐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로 수입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수입차가 주행 중에 화재로 전소되거나 배출가스를 조작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 거액을 들여 구매한 고급 수입차가 하루 아침에 '화차(火車)'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고 '환경파괴 주범'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자유로 부근에서 BMW 520d가 불길에 휩싸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은 전소됐다. BMW 차량 화재는 지난해 11월 3일 이후 8번째다.
지난해 BMW 사고가 일주일 새 5건이 터졌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우연의 일치가 겹친 악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고 차량 종류가 520d 2대, GT550 1대, 525i 1대, 735Li 1대로 다양했고 화재 발생 부위도 달랐다.
사고 차량 중 1대가 부활차(폐기 직전 차량을 되살린 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5건을 끝으로 화재사고는 마무리 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또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4일에는 750Li가, 23일에는 X6가 이유 모를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BMW 측은 "BMW 공식 정비소에서 수리받지 않고 사설 수리나 불법 튜닝한 차량"이라며 화재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520d까지 화재에 휩싸여 전소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신뢰에는 금이 가고 있다.
BMW코리아는 11월 초 화재 초기만 해도 '자체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첫 화재 사건이 발생한지 세 달이 지나도록 조사 결과나 사고 원인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고급 자동차 업체로 '이미지로 먹고사는' 브랜드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입차 화재는 BMW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일에는 아우디 A4 차량이 주행중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차량 엔진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1월 9일에는 서울 양재동 부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S350도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자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폴크스바겐은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북미 피해자들에게는 1000달러 상당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했지만 국내 피해자들에 대한 본사 측의 입장은 없는 상태다. 또한 배출가스로 폴크스바겐 차량이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주변 시선도 곱지 않다.
이에 국내 폴크스바겐 피해자들이 다음달 미국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2.0L급에 이어 3.0L급 디젤 엔진에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미국과 차별된 보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에 명확하지 않은 법적인 체계와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며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