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지난해 7000만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수입차를 구입한 40대 직장인 김영배 씨는 최근 사이드미러를 교체하러 갔다가 수리 비용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이드미러 교체 비용이 70만원에 달했다. 과거 10년간 국산차를 이용했던 김 씨가 예상했던 견적보다 5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쏘나타나 K5 등 국산 중형차처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를 도로 위에서 만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최근 트렌드와 가격인하 등의 효과로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다.
그러나 수입차 보급이 대중화 됐지만 사고사 발생하면 수입차의 수리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된다. 수입차 시장은 첫 국내시장 진출 이후 10년만인 1996년 1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에는 10만대 벽을 깼다. 이후 2013년에는 15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4만3900대를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리 비용은 재자리 걸음이다. 공식 서비스센터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연초부터 사업설명회를 통해 올해 출시를 앞두 신차에 대한 소개와 판매 목표를 언급하지만 정작 서비스센터를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1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19개사 수입차업체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는 모두 383곳이다.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총 127만대의 수입차가 등록됐는데, 정비공장 1곳당 취급 대수로 환산하면 평균 3315대가 나온다.
그러나 차량의 핵심 부품을 정비할 수 있는 종합정비업체는 174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BMW는 49곳, 메르세데스-벤츠 39곳,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각각 27곳, 29곳에 불과하다.
정비소 부족은 곧 수리기간 연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자동차 평균 수리일자를 보면 수입차는 국산차 4.9일보다 3.9일 긴 8.8일이나 됐다. 수리 기간이 늘어날 수록 공임비 등이 늘어나 수리 비용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또 비싼 수리비는 부품 가격이 문제다. 수입차 부품은 수입차 업체가 부품을 본사에서 구매한 뒤 딜러사에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여기에 딜러사는 또다시 마진을 더해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다. 중간 유통을 거치면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파악한 주요 독일 수입차 업체들의 일부 부품 평균 가격은 해외보다 1.2~2.3배 높다. 즉 신차 가격을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지만 이후 수리비용으로 이를 채우는 모양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수리비용 차이도 부품 가격이 주된 요인이다. 현대차의 LF소나타, 기아차의 K5, 한국GM의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5의 부품가격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4종의 국산차 부품가격 평균과 동급의 수입자동차 BMW 520d의 부품가격을 비교한 결과, 헤드램프는 7.0배, 뒷 범퍼는 6.7배, 앞 범퍼는 6.6배, 앞 휀다는 5.9배, 보닛은 5.0배, 앞 도어패널은 4.6배 비싸다.
때문에 지난해 수입차 수리비를 낮추기 위해 순정 부품 대신 품질이 비슷하지만 값은 절반인 대체 부품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이 제도를 교묘하게 막고 있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체부품 인증제도는 순정품으로 불리는 고가의 OEM 부품과 대체부품간의 시장 경쟁을 통한 부품 가격 인하 실현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험개발원의 심사에 통과한 부품은 단 2건(BMW 5시리즈 양쪽 펜더)에 불과하다.
이는 수입차 업체들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대체인증부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또 대체인증부품을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무상보증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무상 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수입차도 국산차처럼 부품 가격과 공임비를 투명하게 공개해 거품을 빼야 한다"며 "수입차 사고 시 동종 수입차로 대차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사고시 고액의 렌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악용해 렌트업체와 정비업체 간 담합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