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페이'가 신용카드나 지폐를 대신할 시대를 점치고 있다. 현재 업계는 페이의 온라인상 간편 결제 기능을 넘어 오프라인상의 모든 결제를 대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정민주 기자
"우린 '페이' 안돼요. 현금이나 신용카드 주세요" 고객이 빠져나가는 소리다. 맘 상한 고객들은 다시는 이 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페이'전쟁에 뛰어든 플랫폼 업체들이 가맹점 등의 확대에 다걸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쓸 수 있는 플랫품을 만들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서는 신용화폐 매체가 플라스틱 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 '페이' 되요?
아무리 혜택이 많아도 쓸 수 있는 곳이 한정된다면 해당 업체의 전자 상품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런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는 범용성 측면에서 으뜸이다.
신용카드와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이상 버전의 시리즈를 소유한 사람은 기존 마그네틱 방식 카드결제기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핸드폰으로 동일하게 사용 할수 있는 것. 이미 구축된 플랫폼에 갤럭시라는 휴대폰만 추가됐기 때문에 범용화에 있어서는 가장 앞서 있다.
삼성페이는 현재 국내 10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빠른 속도로 간편 결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결제금액 2500억원, 누적 결제 건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
염철진 삼성전자 부장은 "우리는 신용카드를 대신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좀 더 편한 휴대폰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결제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네 작은 슈퍼에서도 삼성페이가 사용 가능하다. 범용성에서는 업계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는 통신사업을 바탕으로 최다가입자와 최다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온·오프라인 가맹점 10만 곳을 확보했으며 '페이나우 샵', '생활배달서비스', '페이나우 비즈' 등을 선보여 온라인, 집근처, 회사 내 어디서든 간편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자수는 지난달 기준 400만명이다.
백용대 LG유플러스 홍보팀장은 "지갑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가 가장 선두주자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플랫폼 강화와 가맹점 확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SSG페이는 페이로 공과금을 납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온·오프라인 상품결제의 범위를 넘어 페이로
공과금을 납부하며 생활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SSG페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업체들과 협의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SSG페이 관계자는 "현재 파미에스테이션의 음식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1월에 오픈했고 추후 아파트 관리금 및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제휴처와 협의하여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또한 ATM에서 SSG 페이를 충전, 직불 등 금융서비스를 2월 중 추가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를 벗어나라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에 치중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전체 결제 중 70%를 신용카드가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계좌이체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페이의 결제 방식 또한 신용카드를 등록하거나 신용카드를 통해 페이를 충전해 사용하는 식이라 신용카드 발급이라는 제약이 따른다.
이에 일부 업체는 은행과 직접 제휴해 통장이 곧 페이가 되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페이나우는 이미 우리·국민·농협·기업·경남은행·우체국 등 6개 은행과 손잡고 출금계좌를 등록하면 간단 인증 절차만으로 계좌이체 결제가 가능토록 했다. 또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사 관계없이 소액결제로 페이나우를 충전할 수 있으며 휴대폰 요금에 합산돼 청구된다.
SSG페이는 내달까지 은행 계좌 연동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재 시중 은행들과 직불 기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SSG페이 측은 "지갑 없는 시대에는 결제 플랫폼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제 플랫폼이 단순히 소비의 마지막 부분이 아니라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결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 쿠폰, 기프티콘 등 '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생각이며 나아가 금융서비스까지 가능한 '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페이, 페이팔 플랫폼 진화 양상과 유사하게 결제플랫폼의 서비스 영역도 예금, 송금, 입출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삼성페이는 지난 해 10월 30일 약관을 개정하면서 맴버쉽, 교통카드, 위치기반 서비스, 현금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페이'시장의 성장 뒤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고 말한다.
애플페이를 제외한 대부분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 하지만 폭넓은 사용자 접점만 확보된다면 신용카드사에 수수료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애플페이의 경우 북미 카드사로부터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결제 프로세스 내에서 사용자와 만나는 최전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모델도 개발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자를 모집하고 오프라인 가맹점도 확보해야한다"면서 "이에따라 마케팅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모바일 전자결제 플랫폼은 신용카드 발급, 지급, 결제처리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이는 신용카드사의 고유 업무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