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나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러나 때로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때때로 자신의 의지보다 연예 기획사의 뜻을 더 많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 기획사는 꿈을 쫓는 아이들을 모아 하나의 상품을 만든다. 아이돌에게서 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일명 '쯔위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대만 출신의 쯔위가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단초가 돼 벌어진 논란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십성 사건으로 여겨졌던 '쯔위 사태'는 대만 총통선거라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예상 밖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만의 새로운 총통으로 선출된 차이잉원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쯔위를 언급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은 컸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슈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의 정치·사회·문화적 현실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6세 소녀 쯔위는 갖은 상처만을 안게 됐다. 사실상 이 사건에서 쯔위가 한 잘못은 전혀 없다. 쯔위는 단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온라인 생방송에 출연해 제작진이 마련해둔 자신의 국적기를 흔들었을 뿐이다. 지상파로는 방송되지 않았던 이 장면은 대만 출신이지만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가수 황안이 자신의 SNS를 통해 악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논란의 불씨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쯔위를 논란 전면에 내세워 직접 사과하게 해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유튜브를 통해 쯔위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쯔위는 초췌한 표정으로 등장해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없으며 해협양안(중국 대륙과 대만을 표시하는 어휘)이 하나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사과했다.
쯔위의 사과 영상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이돌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국적마저도 부정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중화권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태에 대한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처는 대형 연예 기획사가 아이돌 가수를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물론 JYP엔터테인먼트는 18일 "쯔위의 입장 발표는 처음부터 부모님과 함께 상의한 것"이라며 "한 개인의 신념은 회사가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며 이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16세 소녀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사과를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아이돌 가수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