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봉이 4000만원도 안 돼 청약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인데 그나마도 낮춰진 가격이라고 하니 허탈감이 드네요."
우리나라 1%도 안 되는 로열층만이 살 수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 고분양가 논란에 최근 만난 30대 직장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반포자이 조합과 시공사가 줄다리기 끝에 평당 분양가를 낮춘다고 낮췄지만 4290만원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단지 일대가 분양 핫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입지 면에서나 교통 면에서 뛰어나고 학군도 좋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대였던 강남 재건축 단지 청약경쟁률을 보면 '강남 불패'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는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에도 계약률이 50%에도 못 미친 단지가 꽤 많았다.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평당 4000만원은 강남권 재건축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주택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 이를 웃도는 가격의 단지가 나오자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양가가 높은 구조는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조합과 시공사간의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입장은 확연히 나뉜다. 재건축 조합은 추가 분담금을 최대한 낮춰 공사가 진행되길 바란다. 혹시 분담금을 내야 한다면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방안을 강구한다. 반대로 건설사는 완판(완전판매)을 위해 분양가를 낮추려고 한다. 어차피 챙길 수 있는 몫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의 요구 사항을 무시할 순 없어 일반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환급금도 받을 수 있어 고분양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미분양이 발생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최근 미계약분이 해결되지 못해 분양가를 낮추고 그에 따른 손실을 조합원이 떠안게 된 사업장이 적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미분양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지만 분양가 결정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이 불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는 조합원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