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스무 돌을 맞이했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목표로 1996년부터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해외 영화인들도 부산하면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릴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도 높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스무 돌'이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정치적 외압이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 보냈다. 2014년 제19회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화근이 됐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해 부산시 쪽에서 상영 중단을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에서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1월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를 권고했다. 그러나 영화제는 물론 영화단체들까지 이에 반발하면서 논란은 심화됐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 강수연을 공동집해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조직 내부의 변화를 통해 부산시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예산 삭감 등 갖은 시련 속에서 닻을 올렸던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2만7377명의 관객을 모으며 또 다시 최다 관객 기록으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힘겹게 스무 돌을 보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2016년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부산시는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감사결과를 근거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고발했다.
감사원은 영화제 사무국이 협찬금 중개 수수료를 증빙서류 없이 지급했고 협찬활동을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부산시가 일반적인 행정처분 대신 수사기관 고발로 나온 것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밀어내겠다는 보복의지의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부산시의 탄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츠카모토 신야, 아딧야 아사랏 등 해외 감독들과 유니 하디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위원장, 프레디 올슨 예테보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제이콥 윙 홍콩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등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의 축제'이 영화제에 정치적인 의도가 과도하게 개입되는 순간 영화제는 그 본연의 목적을 상실하고 만다. 앞서 이와 비슷한 내홍을 겪었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위기와 마주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사히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