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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⑤완생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흥국생명 앞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맨'

도심 속 망치를 든 거인은 미국 작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1942년생)'의 '해머링맨(Hammering Man)=망치질 하는 사람' 이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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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 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 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 신문로 흥국생명 앞. 검고 납작한 그림자 형상의 거인이 곧게 선 채 오른팔을 천천히 움직여 망치질을 하고 있다. 키가 무려 22m, 무게는 50t이다. 가깝든 멀든 일단 그를 발견하면 몸체 중 처음 시선이 닿은 지점부터 머리까지 자동으로 고개가 올려져 훑게 된다. 도심 속 망치를 든 거인은 미국 작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1942년생)'의 '해머링맨(Hammering Man)=망치질 하는 사람'이다.

세계에서 7번째로 2002년 서울에 설치된 해머링맨은 아시아 최초로 설치되었으며 역대 해머링맨 중 가장 큰 몸체를 자랑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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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976년 튀니지의 구두 수선공이 열심히 망치질 하는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는 구두 수선공의 망치질에서 노동자들의 심장 소리를 느껴 해머링맨을 통해 노동의 숭고한 가치와 삶에 대한 사색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해머링맨의 망치질은 '묵묵'하며 '정숙'하고 '근엄'하다. 북구신화 속 '천둥의 신' 토르의 거침 없는 망치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해머링맨의 검은색 실루엣 형태는 모든 인간 군상을 의미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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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질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분에 한 번씩, 하루 660회 쉬지 않고 계속된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은 쉰다. 처음에는 노동절인 5월 1일에만 쉬었으니 근무조건이 개선된 셈이다. 해머링맨의 첫 장기휴가는 올해 있었다. 6월부터 두 달간 노후 부품을 교체하고 도색도 다시 했다. 2002년 설치 이후 첫 단장이다.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에서 권위 있는 미술 행사에 손꼽히는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에 1982년 출품한 해머링맨은, 미켈란젤로처럼 인간을 창조하는 신의 손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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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2008년 도로 방향으로 5m 더 자리를 이동한 적이 있다. 시민들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해머링맨이 한 걸음 나가면서 늘어난 자리에는 새로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네덜란드 건축 집단 메카누의 디자인 철학인 '자연에 대한 사랑, 형태와 감성의 조율'이 반영된 공간이다. 해머링맨을 크게 돌아 흥국생명 앞을 흐르는 강처럼 설치한 벤치와 숲 속 반딧불 같은 조명은 도심 속 일상의 여유를 선사한다.

해머링맨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늘어난 공간은 네덜란드 건축 집단 메카누와 하태석 작가 참여로 디자인된 해머링맨 흥국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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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려는 해머링맨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공공 미술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가는 "우리 모두는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마음과 손을 사용한다. 나는 마음과 손 사이에 심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1976년 튀니지 구두 수선공이 열심히 망치질 하는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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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링맨은 모든 일하는 사람, 곧 '우리' 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하루의 반 이상을 집보다는 일터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살아간다. 완생(完生)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때 비로소 가까워진다. 2015년 한 해의 끝에서, 성취감과 기쁨이 부재된 강제적 노동이 아닌 창조적인 에너지로 발전시켜 자신의 자아를 실현시킬 모두의 완생을 응원해본다.

작가는 왜 그렇게 작품을 크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그를 무릎에 앉히고 거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는데 그의 기억 속에 그 거인들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거인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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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링맨은 1979년 미국 뉴욕의 폴라쿠퍼 갤러리에서 '워커(Worker)=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됐다. 이어 곧바로 '해머링맨(Hammering Man)=망치질 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바꿔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가 됐다. 현재 전세계 11개 도시에 설치돼 있다. 서울 흥국생명 앞 해머링맨의 규모가 가장 크다.

왼쪽부터 달라스, 릴스톰, 프랑크푸르트, 시애틀에 설치된 해머링맨. 사진출처=www.borofsk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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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_ 아트에이젼시 더트리니티 큐레이터 info@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_ 패션사진과 영상연출분야에서 'Matt Ryu' 로 활동중 instagram : @mattis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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