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경제 오피니언 플러스

    뉴스

  • 정치
  • 사회
  • IT.과학
  • 국제
  • 문화
  • 연예
  • 스포츠

    경제

  • 산업
  • 금융
  • 증권
  • 건설/부동산
  • 유통
  • 경제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페이스북 네이버 트위터
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④도시 바다를 유영하는 모비딕, 이용백의 '알비노 고래'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1번출구)을 나와 을지로2가 사거리에서 청계천 삼일교 방향을 향해 걷다보면 거대한 흰 고래와 마주친다. 사진=류주항

>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1번출구)을 나와 을지로2가 사거리에서 청계천 삼일교 방향을 향해 걷다보면 거대한 흰 고래와 마주친다. 광활한 태평양의 깊은 바다를 빠져 나와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을 유영하는 '모비딕'이다.

시그니처타워 알비노 고래는 희고 머리가 큰 허먼멜빌 모비딕의 향유고래와 닮아있다. 사진=류주항

>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나 이를 영화로 옮긴 '하트 오브 더 씨'에서 향유고래는 석고처럼 하얗고 거대하게 묘사되는데 머리가 특히 크다. 몸집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경뇌유로 가득 차있는 향유고래 머리는 석유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 유일한 기름산업의 원료였다.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다. 인간들은 부를 좇아 끝없이 깊은 바다를 향했다.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의 분포와 합성 대사과정에 결함이 생기는 백색증으로, 알비노 고래는 온 몸이 흰 고래이다. 사진=류주항

>

'시그니쳐 타워' 건축주의 바람도 같았으리라. 청계천 복원 후 도시환경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고 준공된 첫 빌딩(2011년)이 '고래빌딩'으로 불리며 풍요의 상징이 되길 건축주는 원했다. 그래서 이용백 작가에게 대표작인 '피에타'를 대신해 '알비노 고래'를 설치해 주길 요청했다.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당초 12m에서 16m로 고래의 몸집을 화끈하게 키웠다. 경제적으로 남는 몫을 포기한 것이다. '알비노 고래'가 청계로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었다.

'알비노 고래'의 몸통은 온전하지 않다. 뼈대만이 드러나 있다. 사진=류주항

>

이용백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계의 행사이자 미술 올림픽인 '베니스 비엔날레' 의 2011년도(제54회) 한국관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알비노 고래'에는 '미디어 아트'의 리더다운 그의 솜씨가 녹아 있다.

'알비노 고래'의 뼈대는 앙상하고 형편없는 뼈가 아니다. 율동감 넘치는 굴곡의 뼈대는 육중한 몸에 붙어 있을 살보다도 오히려 생명력 넘친다. 사진=류주항

>

고래의 몸통이 대표적이다. 고래의 몸통은 온전하지 않다. 뼈대만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앙상하고 형편없는 뼈가 아니다. 율동감 넘치는 굴곡의 뼈대는 육중한 몸에 붙어 있을 살보다도 오히려 생명력 넘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뼈대에 설치된 스프레이 노즐에서 안개가 분사 될 때면 깊은 바다에서 거대한 물 안개를 일으키며 헤엄치는 알비노 고래의 마법이 도심 속에서 펼쳐진다.

작품 설치 당시 사진으로 안개노즐에서 물이 분사되고 있다. 물이 튀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은 비가 오는 여름에만 분사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사진=이용백

>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직접 설명을 들어봤다. 작가는 "조각 작품이 완성 되어 고정된 채로 놓이는 것보다 관객 참여나 다른 요소로 빈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이 작품에 대한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간단한 테크놀로지의 사용으로 작품에 활력소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름에는 안개 노즐로 분사 효과를 내서 풍성한 살의 효과를 내고, 겨울에는 전통적인 조각 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뼈대를 드러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알비노 고래'의 뼈대에 설치된 스프레이 노즐. 사진=류주항

>

다만 아쉬운 것은 물 안개 속 고래의 유영을 여름, 그것도 비오는 날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작품이 빌딩 중앙에 위치해서 유감 없이 분수 역할도 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설치 위치가 길이 협소한 구석으로 몰리면서 스프레이 노즐이 멈추었다. 물이 튀길 경우 민원이 들어올 것이란 우려에서다.

'알비노 고래'의 백색은 편안함과 생경함이 함께 다가온다. 사진=류주항

>

다음은 고래의 색깔이다. 작가는 "언뜻 보면 백색이 주는 편안함이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생경함이 숨겨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정상이 아닌 결점을 가지고 태어난 기형이지만 희귀하다는 이유로 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그 자체가 패러독스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피에타', '엔젤 솔저', '플라스틱 피쉬' 등 그의 전 시리즈를 관통해온 '역설'과 '변형' 의 개념과 맥락이 일치했다.

시그니쳐타워에 둥지를 튼 '알비노 고래'. 사진=류주항

>

'알비노 고래'는 오늘도 유유히 도시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시민들도 희망을 품은 각자의 항해를 오늘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이용백 작가 작품 전시 전경. 출품한 14점 중 사진에 보이는 작품은 피에타, 엔젤솔져, 플라스틱 피쉬 등이다. 사진=이용백

>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_ 아트에이젼시 더트리니티 큐레이터 info@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_ 패션사진과 영상연출분야에서 'Matt Ryu' 로 활동중 www.mattryu.com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