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담당 기자로서 늘 고민하는 것이 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영화를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리뷰를 쓸 때도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을 위해 영화의 내용을 어디까지 언급할지를 항상 생각한다. 요즘처럼 '스포일러'에 민감한 분위기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제작사와 배급사 측에서도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개봉 전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많은 관객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언론시사회에서 스포일러를 숨겨달라고 당부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외화 시사회에서는 때때로 영화의 사전 유출을 예방하고자 보안 검색을 진행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통해 언제든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볼 법한 검색대가 극장에 설치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물론 공항처럼 복잡하게 검색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지난 9일 CGV 여의도에서 열렸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푸티지 상영회는 다소 과도한 보안 검색으로 취재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전요원들은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은 물론 소지품을 직접 손을 넣어 일일이 검색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소지품 검사를 할 때 가방을 외부에서만 관찰하거나 양해를 구해 열어보이게 해야 한다. 이날 안전요원들의 행동은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월권행위였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10년 만에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 신작으로 전 세계 팬의 관심이 높다. 이런 팬들을 위해 개봉 전까지도 구체적인 시놉시스가 비밀로 감춰져 있을 정도다. 배급사인 디즈니 측도 보안 유지를 위해 평소보다 더 철저한 보안 검색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일일이 소지품을 검사할 일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고작 9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도 말이다.
디즈니 측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16일 진행하는 언론시사회에서는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보안 검색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시사회에서의 보안 검색이 정말로 필요한지는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개봉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기자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