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세계적인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제 2세대 기업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우직하고 저돌적인 '뚝심경영'의 대표적인 모델로 불리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완벽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시대적 흐름을 간파하는 '통찰력'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성장시키고 있다. 정 회장은 상품경쟁력 강화, 현지화 전략, 브랜드 가치 향상 등을 통해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지 15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끌어올리며 자동차만으로도 재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 정 회장의 추진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 MK '완벽주의'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주목
현대·기아차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미국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형편없는 품질로 조롱을 받곤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품질경영'에 총력을 기울여 불과 10년 사이에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 경영을 맡은 1999년 수출현장 점검차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현대차는 품질문제로 미국 소비자의 리콜요청이 쇄도했다. 충격에 빠진 정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글로벌 자동차 품질조사 기관 J.D파워에 품질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하며 품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1999년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은 '그레이스 슬라이딩 도어 사건'의 영향이 컸다. 당시 정 회장은 당시 울산 공장을 갑자기 방문해 조립이 끝난 승합차 그레이스의 슬라이딩 도어를 20여 차례 힘껏 여닫고, 결국 문이 슬라이딩 레일에서 이탈하자 "처음부터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생산라인을 세웠고, 신차 출시도 품질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정 회장은 파격 마케팅을 통해 세계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게 된다. 바로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보증수리)'다. '2년 2만4000마일 워런티'가 일반적이던 시절이어서 현대차의 마케팅은 파격적이었다. 시행 초기 도요타·혼다 같은 일본 경쟁사들은 '미친 행동'이라며 현대차를 비웃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일본차들도 현대차를 따라 품질보증 수위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2004년에는 '쏘나타'가 미국 J.D파워 품질조사에서 일본 도요타를 제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미국의 대표적 경제전문지 '포춘'은 신년호에 '자동차업계 최고 강자'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조명했다. 포춘은 현대차가 차량의 품질로 승부하고 고급승용차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정 회장의 모습을 싣고 "1999년 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뒤 양적인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시켰다"고 소개했다.
◆ MK '통찰력' 시장 트렌드 분석 적중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시장에 기술력을 입증하며 회사 브랜드를 끌어올린 정 회장은 발빠르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먹거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를 이끈 이후 최초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 한다는 것을 미리 감지하고 디자인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에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기아차는 2006년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아차는 제대로 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지 못했으나 피터 슈라이어는 이른바 '호랑이 코 그릴'을 통해 패밀리룩을 탄생시켰다. ▲깔끔한 외관이 돋보이는 K3 ▲수입차를 연상케하는 K5 ▲강인한 외관이 인상적인 K7 등이다. 그의 부임 후 기아차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5년 안에 무려 10개의 차종에서 수상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벤틀리 전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 수장(전무급)으로 영입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부터 일하게 된다. 벨기에 출신인 동커볼케는 23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해왔다. 최근에는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3회,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상' 15회 등을 수상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동커볼케는 내년 상반기 현대차에 합류해 제네시스 및 현대차 디자인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