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수주 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공사 수주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주의 핵심인 원가 정보가 해외업체에 노출돼 해외공사 수주에 큰 타격이 우려됩니다. 또한 건설사들은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 절감을 하고 있는데, 정부 대책이 시행되면 기술 개발의 노력 유인이 낮아져 수익성 저하와 기술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건설업계가 지난 2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공사원가 공개는 영업비밀과 같아 부당하다며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연기해 달라고 했지만 국토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28일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 첫 회의 후 약 2개월여 만에 '수주산업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조선업종 기업의 어닝쇼크(손실에 따른 저조한 실적 발표), 빅배스(대규모 손실반영) 등 장부상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로 손실 전환되는 '회계 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회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특성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의문이 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견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매출 원가를 산정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이번 조치로 공시하더라도 수시로 변경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당초 목표와는 달리 여러 이해 관계자의 혼란만 부추기는 강제적인 정보 공개는 부적절하다.
원가는 건설업체 고유 경쟁력이다. 보통 지가는 형성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속일 수도 없지만, 지가 외에 설계·자재 등에 의해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똑같은 제품이라도 업체별로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원가가 공개되면 공공공사 입찰 시 무리한 저가수주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경쟁사의 원가구성이 공개된 데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유관 협력업체에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때 사람마다 흥정을 통해 가격을 비싸게 혹은 싸게 구매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