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 안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하루 평균 수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항공기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항공기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덩달아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10여㎞ 떨어진 아시아나항공의 제2격납고를 찾아 항공기 중정비를 담당하는 정비팀을 만났다. 이곳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항공기(85대)를 점검하는 안전보장의 '최후의 보루'다. 여행이나 업무차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이날 제2격납고에서 마주친 A320 항공기는 낙뢰를 맞은 경험이 있다. 때문에 이 항공기는 엔진부터 시작해 꼬리날개까지 분해와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행기의 모든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기본 골격만 남긴 채 해체된 상태였다.
◆항공기 정비장이 한 곳에
항공기 정비는 운항정비와 중정비로 나뉜다. 운항정비는 항공기가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정비사 2명이 팀을 이뤄 항공기의 주요 부분을 둘러보고 계측기로 점검한다. 운항중 외부적인 손상 유무를 체크하거나 엔진과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기내 각종 통신시설과 응급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살펴본다. 중정비는 주기적인 점검을 진행하는 곳이다. 항공기 정비사들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는 곳이다.
1994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2년 동안 항공기 중정비 업무를 담당한 박상현(45세) 선임기술감독은 "A, B, C, D 체크로 등급을 나눠 항공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항공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고장 발생후 고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단위로 무조건 정비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중정비를 수행하는 제2격납고는 기골 수리·점검·전기전자·지원 등 4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으며 260여명의 정비사가 근무하고 있다. 모두 자신의 담당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박 선임기술감독은 "정비사는 항공기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나사 하나를 풀고 조이는 것도 전부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 너트를 몇 파운드의 힘으로 조이느냐까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민하고 까다롭게 정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분야는 다르지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격납고에서 만난 A320 항공기는 낙뢰 맞은 부분에 대하여 정밀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다. 낙뢰는 비행안전에 전혀 영향이 없는 문제이나, 만에 하나 발생가능한 기내 결함 가능성에 대비하여 정밀검검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다리를 타고 수리중인 항공기 내부에 들어간 순간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기장석과 탑승객 좌석은 물론 바닥 시트까지 모두 들어낸 채 각종 정비기구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화장실 설비와 룸서비스를 위한 갤리(기내 주방) 설비도 모두 뜯겨져 나가 있었다.
그는 "비행기는 앞쪽부터 꼬리까지 모든 회로가 연결돼 있어 조금만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를 뜯어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실제 수리 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20시간 넘도록 분해와 조립 작업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를 인체라고 본다면 정비는 종합건강검사로 생각하면 된다"며 "무수한 세포가 모여 인체를 이루는 것처럼 항공기도 수십만 개의 부품이 맞물리면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노력과 긴장감
중정비도 운항정비 못지 않게 초를 다투는 곳이다. 중정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의 정확도이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수리를 마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작업 지연은 정시성 이라는 고객과의 약속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 260여명의 정비사들이 3조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2격납고는 한 해 동안 항공기 약 45대의 중정비가 가능하고, 도장 작업을 제외한 모든 정비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격납고 안에는 업무 효율과 안전을 위한 도킹시스템과 텔레플랫폼이 설치돼 있다. 높은 곳에서의 작업도 지상처럼 안정감 있게 진행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다. 격납고 안에서 빠른 이동을 위해 세발자전거를 곳곳에 배치해 필요한 장비를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부터 A380 신규 도입을 시작으로 2017년 A350XWB, 2019년 A321NEO 등 신기종 도입 계획에 있다.
박 선임기술감독은 "정비사라는 직업은 변화하는 항공기술에 발맞추어 꾸준히 교육을 받고 공부해야한다"며 "많은 정비사들은 '장이' 기질이 있어,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어한다. 그것이 항상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갖게되는 원동력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항공기는 디지털 장비와 아날로그 장비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서 기종이 바뀌거나 새로운 결함이 발견될 때마다 꾸준히 교육을 받고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치열한 전투를 마치면 피로감보다 성취감이 크다는 박 선임기술감독은 "정비를 마치고 도장을 찍으면 잘 키운 자식을 내보내는 것처럼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