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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복지/환경

[새벽을 여는 사람들] <5> 20년간 전철역 빛낸 미화원 이완순씨

"한국인 시민의식, 중국보다 뒤처져…기본을 지키는 문화 정착돼야"

30일 서울역사에서 미화원 이완순씨(왼쪽)와 동료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 손진영 기자 son@metroseoul.co.kr



찬 공기가 자욱한 11월 30일 새벽 5시 25분. 서울메트로 4호선 미아역엔 벌써부터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리 중엔 20년간 전철역을 청소해온 미화원 이완순씨(60·여)가 서 있었다. 현재 맡고 있는 서울역으로 출근해 하루일과를 벌써 시작한 것.

"첫차를 타도 앉아서 못가요. 그만큼 일찍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이제 환갑줄에 들어섰지만 아직 젊은 축에 속한답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그녀는 미화원 휴게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교대하는 야간조가 밤새 청소한 후지만 어느새 쓰레기며 오물이 역사 안에 쌓여 갔다. 원래 있을 자리에 당연히 돌아왔다는 듯이.

"인천공항이 연결되면서 이용객이 부쩍 늘었어요. 그만큼 청소할 일도 늘어난 거죠.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게 눈에 보여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국인이 몰려다니고 시끄러워 그럴 것 같지만 아니에요. 생각보다 많이 버리지도 않고 휴지통을 제대로 이용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이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라 꺼내서 다시 해야 돼요. 특히 요즘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음료를 비우지 않고 통 안에 던져 전체가 젖어버립니다. 무겁게 뭉쳐서 여간 고역이 아니에요. 음식물이며 생활쓰레기를 가져와 화장실에 무단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양심을 버리는 거죠."

그녀는 한국인의 시민의식이 결코 중국인을 앞서지 않는다고 체감했다. 역사를 다니는 사람이 늘고 빨라질수록 기본소양을 지키는 사람은 적어지는 느낌이다. 또 다른 난관은 노숙인 문제다.

"노숙하는 분들이 야간에 역 안에서 술파티를 벌입니다. 어디서 그렇게 가져왔는지 박스는 수없이 널려있고. 그리곤 아무데나 소주병을 던지고 대소변을 봐요. 화장실 세면대에서 샤워를 하고요. 이런 것들을 매일 치워야 하죠. 역무원과 경찰이 제지해도 그때 뿐이에요. 외국인이 보기에도 안 좋고, 겨울철에 동사 같은 안전사고 문제가 클 텐데. 이런 건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합니다. 이분들이 자립해 역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30일 서울역에서 미화원 원청실씨가 역사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 손진영 기자 son@metroseoul.co.kr



현재 1~4호선의 미화원은 서울메트로의 청소업무 자회사인 메트로환경 소속이다. 120개역을 1500여명의 미화원이 관리한다. 서울역의 경우 8명(오전·오후 6명 교대, 야간 2명 고정)이 담당하고 있다. 1000여평의 역사를 2~3명이 맡는다. 급여나 복지는 2013년 재향군인회에서 메트로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한다. 건의사항은 없는지 질문하자 이씨의 동료인 원청실씨(50·여)가 거들었다.

"일할 때 청소차를 끌고 다니는데 역사에 유동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항상 사고위험이 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이어폰을 꽂고 하면 부딪힐 수가 있거든요. 피해주면 좋지만 우리가 피해야 돼요. 불빛이나 경고음 같은 게 청소차에 달렸으면 좋겠네요."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묻자 이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시울을 흐렸다.

"아저씨가 안계세요. 20년간 일하면서 남매를 키우고 대학공부까지 시켜 지금은 둘 다 결혼했죠. 손주까지 봤답니다. 이제는 온몸이 여기저기 쑤셔서 침을 맞아요. 하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65세 정년까지 일할 생각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청소하기에 사람들이 깨끗한 역에서 기분 좋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승객이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한마디 인사하면 그게 보람이죠."

그녀는 다시 청소현장으로 향했다. 뒷모습이 멀어지고 빠른 걸음을 내딛는 회사원들이 시야 앞을 대신 채웠다. 그렇게 서울역의 또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정필기자 roma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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