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마다 견본주택을 다니면서 느낀 건 아파트 수요자가 많다는 점이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단기차익을 거두기 위한 투자자까지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여세를 몰아 내년 중도금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올해 예정된 분양물량을 모두 털고자 막바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는 모양새다.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3만6872가구로 최근 3년간 평균 12월 물량인 1만9589보다 88%(1만7283가구)나 많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 과잉 공급이 정점을 찍었던 2007년과 닮았다.
당시 수도권에는 최대 물량인 16만7328가구가 공급됐고 대부분 신규 단지에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으며 분양시장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입주시점에 시장은 곤두박질쳤고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며 가격 하락으로 결국 수많은 하우스푸어만 양산됐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호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열린 주택업계 조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주택 인허가 속도를 줄여 적정 공급 수준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양시장 과열에 따른 주택 공급과잉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 일부 지역에서 분양과열 현상이 감지돼 필요하면 컨트롤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온 바 있다. 모니터링 강화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라 당장 눈으로 보이는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간담회 직후 현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에서 책임을 건설업계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올해가 가기전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주택시장은 급등도 없고 급락도 없어야 한다며 시장 안정세 유지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힌 것을 실행에 적극적으로 옮겨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국토부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주택 공급 과잉에 따른 역풍 등 고질적인 악습의 무한 루프는 지금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