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지친 임차인의 매수전환과 각종 규제 완화로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분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오픈된 아파트 분양 시장에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까지 인파가 몰려 분양시장 열기가 얼마나 달아올라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분양 가구수만 6725가구로 국내 역대 최대 단일분양 단지로 한국기록원에 공식 등록된 경기도 용인 처인구 남사면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은 문을 연 첫 주말 15만명이 다녀갔다. 포스코건설이 전주에서 분양하는 '에코시티 더샵(724가구)'도 주말 4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통상 견본주택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정도 문을 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시간당 6250명·분당 104명, 에코시티 더샵은 시간당 1667명·분당 28명이 방문한 셈이다.
전세 재계약을 위해 수천만원을 지급하며 지긋지긋한 전세난에 시달린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돌아선 것이다. 정부와 건설사도 이같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연일 쌓아뒀던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8만7955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33.1% 증가했다. 올해 1~9월까지 누계기준으로 53.7% 증가한 54만140가구가 늘어났다.
착공은 5만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고, 분양은 3만8000가구 증가해 전년에 비해 17.3% 늘었다. 준공(입주)은 3만8000가구 늘어나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에서 건설업계는 현재 '제로'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출금리 부담에 따른 잔금 미납, 입주 포기 등으로 대거 미분양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적절한 수요와 공급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수요나 공급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미분양 속출로 해당 아파트는 물론 인근 집값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면 현재의 분양 활황은 '폭탄'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