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헬조선'이다. '지옥과도 같은 한국'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사회·경제적으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은유다. 헬조선과 함께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표현도 널리 쓰이고 있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모두가 체감하는 경제적 격차를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이 금수저가 연예계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금수저는 자신의 노력 없이 부모의 힘으로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연예인 부모를 둔 자식들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연예계예는 갑작스런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MBC에브리원은 새 드라마 '상상고양이'에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을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이후 조혜정을 둘러싼 금수저 논란이 불거졌다. '상상고양이'는 앞서 유승호를 캐스팅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런 드라마에 연기자로는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는 조혜정이 주연으로 발탁된 것이다. 대중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기도 전부터 조혜정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조혜정은 악성 댓글에 결국 SNS에서 탈퇴했다.
조혜정을 둘러싼 금수저 논란은 앞서 아버지 조재현과 함께 출연한 SBS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아빠와 딸 사이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 방송을 아빠의 영향력으로 딸이 연예인이 돼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처음의 기획의도는 사라진 채 묘한 박탈감만이 시청자 마음에 남았다.
연예계에서 금수저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사회 내부에 사회·경제적 고통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인 불만과 분노를 애꿎은 연예인에게 표출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연예인은 대중의 비난과 분노를 견디지 못한 채 끝내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쾌감은 순간적인 것일 뿐,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지는 못한다. 헬조선을 만들고 금수저·흙수저가 생겨나게 한 것은 연예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