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26일 밤 채권단에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노조 현시한 위원장은 긴급발표문을 통해 "노조는 노사확약서 제출 관련 노조간부 동지들의 의견과 조합원 동지들의 의견, 대·내외적인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심사숙고해 상집회의를 통해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사태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회생은 아직 갈길이 멀다.
대우조선 부실 사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할지, 기존 지배구조와 회사 조직으로 다른 민간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수조 원대 부실은 해양플랜트 분야 대규모 손실에서 비롯됐다. 물론 해양플랜트 손실은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조 원의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부실을 가장 늦게 인정하면서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3조원대 해양플랜트 적자 폭탄을 맞았다. 경영권 쟁탈전이 원인이었다. 당시 경영진은 수조 원대 플랜트 손실을 알고서도 연임을 위해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에 의해 경영권이 결정되는 대우조선 최고경영자 쟁탈전은 그야말로 '다 먹거나 하나도 못 먹는(All or Nothing) 게임'에 비유되고 있다.
또 권력을 잡으면 사실상 누구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대우조선의 리스크를 높인다. 회사 주인은 주주지만 대우조선의 '과도기적'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직접투자 형태로 128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임직원이 개별 산업 생리를 파악해 큰 그림을 그리거나 세부적인 관리감독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를 산업은행에서 직접 내려보내면서 재무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려 했지만 산업은행 측은 부실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노조들도 이미 '주인 없는 달콤함'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삼성보다 더 큰 돈줄'로 불리는 산은 그룹에 포함되면서 방만하고 안이한 조직 문화가 뿌리내렸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