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좀비기업'이 뜻밖에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 5개 가운데 하나는 영업해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벌닷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30대그룹 1050개 계열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모두 236개로 전체의 22.5%에 이른다. 좀비기업 비율이 20%를 넘는 그룹은 모두 14개그룹을 헤아린다. 동부그룹을 비롯해 에쓰오일과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계열사 절반 가량이 좀비기업이다. 놀라운 것은 대형 그룹도 좀비기업 비율이 낮지 않다는 사실이다. 포스코그룹은 30%를 넘고 SK와 삼성그룹도 20%에 육박한다.
30대그룹 주력기업은 대체로 비교적 건실하고, 좀비기업에 속하는 기업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좀비기업과 주력기업이 채무보증 등으로 얽혀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좀비기업이 일부 있다고 해서 그룹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과거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도산했던 일부 부실 재벌들과는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렇지만 좀비기업이 있으면 경영자원의 일부가 비효율적으로 묶이고 허비된다.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이 산출한 부가가치 총액이 전년보다 0.6% 감소했다는 한 조사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좀비기업이라고 판명될 경우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환경이 더 악화되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정부도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부와 협조하되 우선 스스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좀비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0대그룹의 경우 주력기업이 비교적 튼튼하다는 것 하나 믿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에 깊은 생각 없이 진출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 그룹의 경우 '전공분야'도 아닌데 함부로 발을 들여놓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서 세계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번영의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