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용기 기자] 여든이 넘은 누나를 위해 갖가지 약을 구입하는 77세 동생의 이야기와 60세 동생에게 소송을 제기해 명예를 되찾으려는 61세 형의 이야기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하루였다.
전자는 60여년 만에 만나게 되는 이산가족의 이야기이고 후자는 국내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형제의 난' 이야기다.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 측에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을 다시 일으켰다. 이산가족들이 20일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롯데가 형제는 서로를 향해 여전히 칼을 겨누고 있다.
남측 상봉단 389명은 이날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이들은 북에 있던 가족과 만나 잊을 수 없는 2박 3일을 보내게 된다. 이산가족과 롯데그룹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같은 단어는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 이산가족에게 가족이 그리움의 대상이라면 경영권 분쟁이 터진 롯데그룹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독이 됐다. 두 형제는 소송까지 불사하며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까지 앞세워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94세의 고령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직 정정하다고 주장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국내 5위 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이날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호텔투숙객을 비롯한 관광객도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수많은 취재인파로 호텔로비를 드나들던 한국인 고객을 비롯해 중국·일본인 등 관광객까지 불편을 겪었다.
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전쟁의 피해가 롯데와 함께해온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길 바란다. 모쪼록 두 형제는 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