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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인식 치른 부산국제영화제, 화려함 대신 내실을 얻다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올해 영화제는 참 조용한 것 같아요."

지난 2일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로 스무 해를 맞이한 만큼 성대하고 화려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20회를 맞이한 영화제는 여느 해보다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행사를 치렀다. 스무 살이라는 외양보다 영화제 본연의 내실을 갖추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초부터 평탄치 않았다. 세월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지난해 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부산시와 겪게 된 갈등이 올해 초 본격화됐다. 그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지원 예산까지 대폭 삭감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인식은 시작부터 힘겨웠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더욱 성숙해졌다.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재정비하고 내실 있는 20회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8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내세운 것 또한 '성대함'이 아닌 '성숙함'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고요한 물속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만날 것"이라는 말에는 올해 영화제의 지향점이 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지난 1일 막을 연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 날 찾아온 폭풍우를 제외한다면 큰 사건사고 없이 열흘 동안의 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운영 면의 미숙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행사는 합격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역대 최다 관객(22만7377명)을 기록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07년부터 관객과 기자의 신분으로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지만 올해처럼 평온함을 느꼈던 것도 처음이다.

물론 스타와 이슈를 좇아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올해 영화제는 다소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와 이슈가 사라진 빈 자리에는 좋은 영화가 있었다. 짧은 취재 기간 동안 짬을 내서 본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은 오랜만에 충만한 영화적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영화제의 본분은 이름 그대로 '영화'의 축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조용한 만큼 편안함을 안겨준 영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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