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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최근 한 이동통신 광고를 보면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일에 쫓기는 직장인을 위해 더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광고는 마치 빠른 속도가 일의 무게를 덜어줄 것처럼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속도에 대한 강박이 일의 무게를 덜어주기는커녕 더 무겁게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언제부턴가 '빠른 속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늘 속도에 치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터지는 이슈에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즉각적으로 잊는다.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중문화는 인스턴트처럼 소비된다.

특히 가요 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은 유난히 심하다. 가수들이 10곡 이상을 빼곡하게 채운 앨범이 아닌 5~6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 혹은 싱글로만 주로 활동하는 이유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티저'라는 이름을 단 자료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이유다. 정작 가수들의 활동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요 시장이 인스턴트처럼 음악이 소비되는 것을 이제는 당연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가요 행사를 취재하다 보면 10대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기 위해 동네 레코드 가게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앨범이 나오기 며칠 전부터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언제 앨범이 들어오는지 물었던 기억 말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앨범을 손에 쥐면 테이프든 CD든 닳고 닳을 때까지 들었다. 북클릿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음악을 듣는 것, 그것이 그렇게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그 즐거움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책 '타임 푸어'를 읽다 무릎을 쳤다. 현대 사회가 바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빠른 속도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된 이유일 것이다. 대중문화도 인스턴트 식으로 소비되지 않는 방향은 없을까. 누군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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