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광복 70주년이었던 지난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도 26일까지 누적 관객수 959만여 명을 기록해 조만간 100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
같은 시즌에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들 영화가 대중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실에서 대중이 느끼던 답답함을 영화가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줬기 때문이다.
'암살'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한국 근대사의 단면을 영화적으로 재현했다. 극중 임시정부대원인 동시에 일본의 밀정으로 활약하는 염석진(이정재)을 통해 영화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한 축을 이끌고 있는 권력층의 정체를 낱낱이 그려보였다.
물론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명량'처럼 민족정서를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역사의 무게감과 장르영화의 가벼움 사이를 교묘하게 오간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신, 그리고 시대에 얽매이지 않는 하와이 피스톨 같은 캐릭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마지막 엔딩을 통해 아주 잠시나마 민족정서를 건드렸다. 그러나 이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친일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상기시켰다. 영화의 주제가 광복 70주년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졌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베테랑'은 많은 이들이 언급하듯 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인 '부당거래'를 연상시킨다. 재벌과 권력의 유착관계를 철저하고 자세한 취재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이 지독한 부조리함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기는 소시민적인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내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예상대로 '베테랑'은 개봉 4주차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쉼 없는 관객 동원을 이어가고 있다. 극중 재벌 3세 조태오가 시민들에 둘러싸인 채 궁지에 몰리는 모습은 영화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통쾌함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들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두 영화의 결말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하고 찝찝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영화가 지적한 세상의 부조리함도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사람을 바꿀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