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용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내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할 플래그십 세단 탈리스만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탈리스만을 베이스로 개발될 새로운 모델이 SM5 또는 SM7 판매에 간섭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탈리스만은 SM5 또는 SM7의 후속모델이 아니다. 하지만 탈리스만의 축간거리(휠베이스)와 전폭(너비)은 각각 2810㎜, 1870㎜로 르노삼성 대형 세단인 SM7과 같다. 전장은 SM7(4995㎜)보다 145㎜ 짧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탈리스만이 SM7의 후속 모델이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최고출력 200마력의 힘을 내는 탈리스만의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SM5 1.6리터 가솔린 모델과도 제원이 비슷하다. SM5 1.6리터 가솔린은 190마력의 힘을 낸다. 또 SM5의 전장(4885㎜)도 탈리스만의 전장과 35㎜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처럼 애매한 차급의 탈리스만은 이 회사의 다른 차를 팔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의 차체와 제네시스의 옵션을 반영한 아슬란을 지난해 10월 출시해 대형 세단의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아슬란 3.0리터 가솔린 모델과 그랜저 3.0리터 가솔린 모델의 휠베이스,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같다. 연비는 아슬란이 뒤쳐진다. 그럼에도 아슬란의 가격은 그랜저보다 600만원 가량 더 비싸다.
아슬란은 출시 당시 월 1800대 판매목표를 제시했으나 지난 7월 612대가 팔렸다. 전월보다 20.6% 판매량이 줄었다. 이처럼 애매한 세단 차급은 애매한 판매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르노삼성은 탈리스만의 간섭 없이 SM5·SM7의 판매량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7월 SM5·SM7은 내수시장에서 각각 1만5404대, 2382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모두 13.5%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새로운 고객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SM5·SM7의 수요가 탈리스만으로 옮겨가게 된다면 르노삼성은 잃는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올해 1~7월 르노삼성은 내수시장에서 SM5·SM7·QM3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4만3960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5만3620대)에 밀려 5위를 기록했다.
판매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르노삼성 기흥중앙연구소에서는 1000여명이 연구원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탈리스만의 성공 요건으로 확실하게 구별되는 세그먼트 출시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편의 사양 등을 꼽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탈리스만을 베이스로 놓고 새로운 세그먼트 차량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차명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SM5·SM7에 판매량에 간섭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연구원들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