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하다는 중용(中庸)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말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60)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을 대하는 태도와 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홍보를 맡은 정책본부(대외협력단장 소진세)의 언론 대응을 보면서 떠올랐던 사자성어다.
이번 롯데 사태에서 신동빈 회장 측은 지나치게 아버지를 비방하며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룹 총수로는 보기 드물게 대국민 앞에 세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죄했지만 반 롯데 정서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롯데 정서를 부추긴데에는 그룹 정책본부의 지나친 충성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측은 신동빈 회장을 차기 총수로 앉히기 위해 맨주먹으로 재계 5위 기업을 일궈낸 '신격호 신화'를 빛이 바래게 했다. 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연신 흘리며 건강이상설을 지속적으로 제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을 노추(老醜)로 얼룩진 초라한 노인으로 몰아갔다.
신 회장은 아들로부터 쫓겨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될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롯데가(家)에서 경영권을 두고 다시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막장 드라마가 연출된다면 그 주인공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29) 씨다.
신유열씨는 아버지를 롤모델로 3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을 따라 '아오야마가쿠인'을 졸업한 후 콜롬비아대학원에서 MBA를 밟는 과정에서 일본의 노무라 증권에 입사했다. 신 회장처럼 경영 욕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의 나이차는 31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나이 차인 34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처럼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경영권을 쥐고 있을 경우 현재의 상황이 반복되는 '데자뷰'(처음 해 보는 일이나 처음 보는 대상, 장소 따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를 겪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신 회장이 아들로부터 훗날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아버지의 입장에서 경영권 분쟁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또한 지나친 과욕이 망신살을 불렀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