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전자의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매끄럽지 않은 합병·승계 과정에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성장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고, 주주권익을 도외시하면서 반감까지 높아지고 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44% 오른 11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올랐으나 올해 2분기부터시작된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 동력이 모호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갤럭시 S6시리즈의 부진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략형 스마트폰 갤럭시 S6·S6 엣지를 공개했다. 외신과 정보기술(IT) 매체 등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이어 4월 9일 국내시장에 갤럭시 S6·S6 엣지를 출시하자 이튿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중 최고치인 150만30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갤럭시 S6 시리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홍보정책도 시장의 실망감을 부채질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기반응에 고무된 삼성전자는 신종균 사장이 직접 나서 '7000만대 판매'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일부에서는 '이재용 폰'으로까지 치켜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아이폰이 잘되고 있어 5000만대만 돌파해도 선방하는 것이라고 홍보전략을 펼쳤다면 지금처럼 주가가 곤두박질 칠 일도 없었다"며 "선전했던 바와 달리 국내외 시장에서의 판매가 기대를 밑돌아 삼성전자의 부담만 가중된 꼴"이라고 말했다.
외신에서 '이재용 부회장 승계 카드'로 평가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결정된 7월 17일에 종가 130만5000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까지 16거래일 동안 약 12.57%가 빠졌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공격 빌미를 제공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 등 기업가치 보다 총수일가 이익에 초점을 맞춘 밀어붙이기식 합병이 외국투자자들의 반감을 증폭시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악화된 국민감정과 여론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체에 큰 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 중간배당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고, 명확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이 내년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내년 D램 시장규모가 올해보다 17%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도 불안 요소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웨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힌다. '바다'와 '타이젠' 등 자체 운영체제(OS)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성이 줄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이익 확대를 노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갤럭시의 차별화 축소, 해외 글로벌 IT 경쟁자들의 적극적인 이수합병(M&A) 전략과 대비되는 삼성의 소극적 행보, 중국 IT 업체들의 급부상은 투자자들에게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경영승계와 관련된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삼성전자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