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유통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에 중소상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사업조정기간만 1~2년…영세 유통업체 '퇴출' 위기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대기업들이 고성장이 예상되는 식자재 유통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안충영)는 식자재유통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요구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중소유통업체들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은 2012년 기준 약 105조원으로 5년 평균 13.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고성장 사업이다. 대기업의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주로 영세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1년 CJ프레시웨이(대표 강신호)를 시작으로 2010년 이후 대상베스트코·현대그린푸드·LG아워홈·삼성에버랜드 웰스토리·신세계푸드·동원홈푸드 등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7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식자재유통업 관련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달라는 영세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은 27건에 달했다.
사업조정신청은 지역소상공인이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중기청의 중재아래 지역소상공인과 대기업이 조율하는 제도이다. 대기업에 대한 사업일시정지·벌칙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특히 대상베스트코(대표 이원석)에 접수된 사업조정신청은 14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중기청에 의해 정식으로 수락된 것은 9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상베스트코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확장을 위해 '대상'이라는 상호를 숨기고 지역 식자재 유통 인수에 착수, 지역 중소업체들이 대상베스트코의 실체도 모르는 체 사업을 뺏겼다. 한 중소유통업자는 "30년을 해온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에는 대기업이 우리 사업을 침범하는 지도 몰랐다"며 "그들은 대자본을 앞세워 우리의 자리를 너무도 쉽게 뺏어간다"고 말했다.
대상은 또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브랜드인 '청정원'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타 마켓보다 자주 할인행사를 진행, 중소유통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2년 전국에 18개 지사를 갖고 있던 대상베스트코는 지난해 전국 지사를 32개까지 확장했다. 매출도 2012년 2727억원에서 4594억원으로 늘었다. 대상베스트코 측은 "사업 초창기에 급격한 사업확장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현재는 중소상인들과 상생하는 모델을 찾고 있으며 유통사업발전을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사업조정신청건도 잘 해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유통업체들이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원회를 상대로 '중소기업적합업종지정'을 요구한 상태지만 동반위 측은 현재까지 '검토중'이라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동반성장위원회가 아니라 일반성장위원회가 됐다"며 "동반위도 중기청도 수동적인 자세로 미룰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발 늦은 대응은 이미 죽은 중소 상인을 다시 살릴 수 없다. 장기적인 사업을 계획하는 대기업과 다르게 중소상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제도도 중소유통업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중기청은 사업조정제도를 도입하고 2013년 '대중소상생협렵법 개정안'을 통해 일시정지제도도입·벌칙 강화를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사업조정까지는 1~2년이나 걸려 중소업체들이 버티지 못하며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