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난타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결권 적법성 여부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 모두 한 표에 목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의결권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1.41%(220만6110주)다.
현재 삼성물산은 이 회장 지분을 포함, 19.78%를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참석률 70% 가정 시 삼성물산이 필요한 지분은 46.7%다.
삼성물산이 지분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 회장의 의결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년 넘게 병원에 머물고 있다. 재계 등에서는 아직까지 이 회장 본인이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은 위임이나 서면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상법 제368조에는 주주는 대리인을 통해 그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대리인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총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지능력 등 이 회장의 몸 상태가 정확하게 확인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지분을 우호지분에 포함시켜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엘리엇은 이 회장 의결권의 적법성 문제를 꼬투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 명확한 의사표현 등 이 회장 본인 의지로 의결권을 위임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 엘리엇이 이 회장의 건강 상태 확인 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 할 경우 삼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이 회장의 의결권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의결권에 대한) 포괄적 위임을 한 상태"라며 "법리 검토도 이미 마친 상황"이고 말했다. 지난 3월 삼성그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도 이 회장은 포괄적 위임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엘리엇 측은 "이 회장의 의결권 적법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