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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아마데오 모딜리아니

여기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이 나는 화가’가 있다. 아니 바꿔 말하자면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이 나는 화가’라 해도 꽤 어울리겠다. 그의 이름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1884-1920).

그림1-모딜리아니가 그린 자화상/1919/100 x 64.5 cm/Museu de Arte, Sao Paulo, Brazil



그는 이탈리아의 비교적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교양이 많았던 그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미적 감각이 뛰어났던 그에게 미술교육을 배우게 했다. 이탈리아의 리보르노 미술학교에 입학한 그는 안타깝게도 태생이 쇠약한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걸린다.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지만 미술가의 꿈을 키우던 그는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미술공부를 하다가 스물두 살에 파리로 간다. 요즘 시대라면 배우 ‘원빈’급의 외모를 가진 그가 파리에 들어서니 여성들에게 인기는 당연했거니와, 사람들은 그의 외모와 행동도 집중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댄디한 얼굴에, 매너가지 좋은데 성격까지 자유로운 보헤미안이니 여러 여성들의 흐뭇한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더불어 직업까지 화가라니 그 얼마나 낭만적인 인물인가.

그림2-모딜리아니의 사진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감수성 예민한 그는 폐결핵에 걸렸음에도 마약과 술을 놓지 않았다. 수많은 여성들이 모딜리아니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모딜리아니 역시 그 유혹을 즐기며 지내느라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드디어 그도 임자를 만난다. 아름다웠던 미술학도인 그녀의 이름은 잔느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1898-1920). 둘은 몽파르나스의 로통드 까페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첫눈에 반한다. 모딜리아니의 나이 서른 둘, 잔느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잔느의 집에서는 나이도 훨씬 많고, 건강도 좋지 않고 미래도 불투명한 모딜리아니와의 결혼을 찬성할 리가 없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신혼집을 차린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불같이 사랑했다.

그림3-모딜리아니가 그린 잔느 에뷔테른 (with a scarf)/1919/88 x 56 cm/개인소장



사슴처럼 긴 목, 눈동자 없는 텅 빈 눈은 모딜리아니의 트레이드마크다. 그가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그린 사람들은 눈동자가 없어도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술사내에 가장 인기 많고 특이한 초상화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제일 먼저 모딜리아니를 고를 것이다.

살아생전에 전시회라고는 딱 한 번 진행했던 모딜리아니. 그것도 한 컬렉터가 제안하여 시작한 누드 전시회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풍기문란죄’로 철수를 내렸던 억세게 운도 없던 전시였다.(그의 집은 부유했으나 점점 가세가 기울어 가난한 화가로 살아야만 했다.) 현실은 궁핍했지만 열정적인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많은 초상화들을 남긴다. 그런 모딜리아니에게 잔느는 영원한 뮤즈이자 모델이었다. 하지만 신은 그를 너무도 빨리 데려가고 만다. 서른여섯, 아직 창창한 나이에 그는 결핵과 뇌수막염으로 처연하게 세상을 떠난다. 이튿날, 사람들이 그의 장례를 준비하는 동안 슬픔에 빠져 목 놓아 울던 잔느 역시 비통한 마음으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8개월 된 둘째 아기를 배에 가진 채로… 그렇게 그녀는 모딜리아니가 있는 세상으로 떠났다. 그들이 강렬하게 사랑했던 3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모딜리아니가 남긴 잔느의 초상화 20여점은 그와 그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된다.

그림4-잔느 에뷔테른이 그린 자화상/1916



그림5-잔느 에뷔테른 사진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늘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이 난다. 그가 그린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화를 보면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고, 내가 만난 사랑들이 떠오른다. 세상에 수많은 책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평생 사람을 공부하며 살아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우리를 이룬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궁금한 날이면 그의 초상화들을 들춰본다. 혹시나 내가 궁금해 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해서.

고맙게도 요즘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모딜리아니’전이 진행 중이다.(2015.6.26.-10.4) 문득 사람이 그리운 당신이라면 그의 초상화를 찾아 가보라고 슬며시 권하고 싶다.

(예술의 전당 / 모딜리아니전 홈페이지 http://modigliani.co.kr/)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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