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에 새누리당이 내전에 돌입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의 한복판에 섰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어떻게든 현 지도체제를 이끌고 가려는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거부권 행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친박계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유 원내대표를 기필코 사퇴시킬 태세다. 친박계는 후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게 확인될 경우 29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부터 본격적 공세를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유승민 찍어내기'에 달려드는 배경에는 그동안 세력 대결에서 판판이 밀려 상당히 위축됐던 친박계가 판 자체를 뒤엎으려는 시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한 권력 다툼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는 5명의 선출직 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에서 3명이 당선됐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정몽준 후보에게 압도적 표차로 무릎을 꿇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친박계가 밀었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일방적 표차로 꺾었다. 유 원내대표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당선됐다.
현 체제를 흔들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 지분권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친박계의 의도라는 지적도 많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함으로써 현 지도체제를 사실상 와해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해 보수 진영에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들어가며 수위를 높이자 비박계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임계치를 벗어나면 반격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비박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동을 열어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친박이 벌이는 일은 메르스 사태보다 더욱 참담하다"면서 "경기도 장기 침체 위기에 빠졌고 가뭄도 극복이 안 된 마당에 원내대표 몰아내는 게 국사의 전부냐"고 따진 바 있다.
현재 친박계 의원들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9일 열릴 예정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