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정경기자] 삼성물산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벌이는 법적 분쟁에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삼성 미래를 위한 싸움' (The Brawl for Samsung's Future)이라는 사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의 활동에 주목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보유를 공식화하자 지난 5일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이 카페 회원은 2736명으로 카페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위임 주식은 92만주(지분율 0.592%)다.
이들은 7.12%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로 했다.
엘리엇은 합병 비율에 있어서 자산 가치가 큰 삼성물산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만 고평가됨으로 이번 합병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내달 17일 열리는 합병 주총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WSJ은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현 정부가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WSJ에 "한국인들은 이제 애국주의자보다 자본주의자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누구도 합병이 통과될 것인지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WSJ은 지난해 한국전력 고가 부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현대차 사례에서도 주주들의 힘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입찰가에 낙찰받자 국내외에서 주주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성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현대차 주식의 매도가 이어졌고 현대차는 결국 이사회 내에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바 있다.
WSJ는 "소액주주들은 한전 부지 논란에 분노했고 재벌기업이 계열사를 사적인 돼지 저금통으로 여긴다는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됐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한국 정부가 지난해 기업의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