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청와대의 유승민(새누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두고 당·청 간 협상을 통해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집중타를 맞은 청와대의 분풀이 대상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모두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온 상태다.
친박인 정우택 의원은 이날 방송에 나와 "국회법이 여야와 국회의장의 합의로 한 번 고쳐서 송부됐으니 대통령이 그것을 흔쾌하게 받아들이고 사인해서 법을 공포(하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으니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1년 걸리니 그때까진 유보적 상태로 가지 않겠느냐"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청관계는 물론 국회와의 관계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박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 19일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박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회동을 통해서 민심의 현주소와 정국 올바른 진단과 원인에 대해서 최선의 노력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친박 내부에서조차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거부권 행사의 후폭풍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법을 관철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는 달리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의 될 경우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유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청와대는 입장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야당이 양보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단 한 글자 고쳤을 뿐'이라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론을 제기한 친박 핵심들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강행하려는 배경에 대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자초한 무능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부는 이미 국정 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급락했다.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분풀이 대상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는 순간까지 국회법을 두고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치권과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