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6월의 중턱을 넘어섰다.
이제 며칠 후면 올해도 하반기에 접어든다.
이런 시점에서 자타공인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3위 추락은 꽤 오래 지속되는 양상이다.
18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수주잔량 기준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이어 3개월 연속 3위에 머물렀다.
어떤 분야든 세계 3위는 엄청난 기록이다.
하지만 클락슨 순위표의 최상단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선두 탈환만이 자부심을 회복시켜줄 듯하다.
올해 수주상황과 함께 우려되는 부분은 현대중공업 홍보부서의 언론대응 자세다.
‘세계최초’, ‘세계최대’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그들의 전략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무대응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투트랙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로 기억한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한다는 소식을 믿을만한 내부관계자에게 들었다.
확인차 홍보팀에 연락했더니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실한 정보였기에 재차 물었지만 거듭 부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정기선 상무의 승진을 포함한 인사내용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황당함에 항의하자 “정신이 없어 그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굳이 시간차 단독기사 하나 안 쓰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홍보팀이 사실 확인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글로벌 1위 현대중공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당시 항의에 대해 홍보 측도 동의했지만 그 후로 비슷한 일을 몇 차례 겪었고, 이제는 연락이 안 되는 경우까지 맛보고 있다.
통상 홍보팀은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으면 후에라도 확인전화를 건다.
불리한 사실이라고 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더 큰 화를 생산한다는 교훈을 최근 여러 기업의 사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홍보의 임무 중에는 잘한 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있지만, 기업에 불리하게 느껴지거나 민감한 내용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역할도 클 것이다.
업계에서 들려오는 사례들을 비춰볼 때 현대중공업 홍보팀 실무자 일부는 그릇된 홍보관을 지닌 듯하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확인해줄 수 없으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면 될 일이다.
현대중공업의 대형 수주소식이 들리고 홍보팀의 전화선도 뚫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