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 무용지물…불안한 휴전선
휴전선 야간경계, TOD에 의존…밀림과 안개에 무용지물
야간은 기습작전에 최적…6·25 남침 당시 새벽 4시 기습
[메트로신문 정윤아기자] 휴전선이 불안하다. 군의 야간경계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현재 육군 최전방 부대는 열상감시장비(TOD)에 야간경계를 사실상 의존하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군 병사의 귀순에서 TOD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14일 저녁 8시30분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해 자정이 넘어서는 TOD 작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안개로 10m 앞의 사물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15일 북한군 병사가 귀순해 온 일반전초(GP)의 북쪽에는 밀림이 우거져있다. 밀림의 중심으로 갈수록 수목이 가리는 게 두터워진다. 이로 인해 TOD가 열을 감지하지 못했다. 안개가 끼면 열상이 물방울에 분산돼 감지능력은 더욱 떨어졌다. 북한군이 귀순한 GP 전방의 군사분계선(MDL) 인근에는 남대천 지류가 흐르고 있어 안개가 자주 낀다. 이로 인해 귀순 병사는 GP 4m 거리에서 발견됐다. 심지어 귀순 전날 야간 MDL 근처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우리 군 GP 인근까지 접근해 적발됐다.
군대에서 기습작전 개시는 어두울 때가 최적기다. 기상상황이 나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상대방의 경계가 가장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6·25 당시 새벽 4시에 기습남침했다. 우리 군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군이 TOD를 비롯한 각종 야간감시장비를 도입한 이유다. 야간에 인간의 시각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TOD는 우리 군의 야간감시장비 중 핵심이다. 육군 관계자는 "다른 장비들도 있지만 TOD는 전방 또는 해안 등 경계부대에서 야간에 활용하고 있는 주요 감시장비"라며 "야간에 인원이 감시하는 것도 있지만 야간에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빛을 증폭시켜 보는 장비이므로 주요 경계장비라고 말했다.
TOD는 빛의 유무에 관계없이 물체가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온도 차이를 감지해 영상으로 재현하는 장비다. 야간에 적의 주요 접근로 및 해안 감시레이다의 사각지역을 감시하기 위한 열 영상 장비로 한대에 1억8000만원이다. 군이 도입한 TOD의 수량은 기밀사항이다. 휴전선의 어디에 얼마나 배치돼 있는 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반도를 횡단하는 휴전선의 길이를 감안할 때 상당수가 배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됐다는 의미다. TOD가 무용지물이라면 고스란히 낭비되는 돈이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의 기습을 막아야할 최전방 상황이 걱정거리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악기상으로 관측이 제한되는 조건에서 GP 경계병들이 청음작전을 성공한 사례"라며 "GP의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귀순 같은 경우에나 해당된다. 기습작전에 통할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