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이번에도 인사청문회는 다르지 않았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국회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그동안 불거졌던 황 후보자의 병역면제와 종교적 편향성, 국정원 댓글 등 정치적 사건 대처, 수임 로비 등의 의혹 가운데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이 메르스에 쏠리는 바람에 청문회는 여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의 최대수혜자는 황교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황 후보자의 청문회는 애초부터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황 후보자 측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했기에 확실한 검증 작업이 이뤄질 리 만무했다. 자료가 없으니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그저 추궁에 그쳤고 황 후보자는 당당하게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었다. 1차적인 검증에 협조해야 할 법조윤리협회 역시 검증은커녕 은폐에 앞장섰다.
미국이라면 어땠을까.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인사청문회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사전 검증시스템이 미국 청문회의 중요한 과정이자 특징이다. 미국은 공식적인 연방수사국 조사 이전에도 미국 사회 자체적으로 검증을 상시하고 있다. 개인 및 가족 배경, 직업, 교육 배경, 세금 납후와 전과뿐 아니라 각종 소소한 범칙금 부과 여부까지 검증 대상이 된다.
1993년 연방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조 베어드 코네티컷 주 변호사의 사례만 보아도 미국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드러난다. 당시 베어드는 상원 인준 청문회만 통과한다면 미국 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이 될 터였다. 그러나 2년 동안 그가 운전사와 유모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전적이 뉴욕타임즈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베어드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유권자들은 상원의원들에게 그의 낙마를 요청했고 결국 베어드는 청문회 도중 사퇴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이라 일컬어지던 톰 대슐 상원의원 역시 지난 2009년 세금 체납 관련 문제로 보건부 장관에서 낙마한 바 있다. 대슐은 3년 동안 세금 12만8203 달러와 이자 1만1964 달러 등 모두 14만 달러를 내지 않고 있다가 보건장관에 지명되자 뒤늦게 이를 납부했다. 이에 여론이 악화, 그는 보건장관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인사청문회는 최종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다. 기본적인 사전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후보자가 청문회에 오르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청문회가 더 이상 정쟁의 판이 아닌 도덕성과 전문성, 자질과 역량을 검증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