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합병 포기할 수도" vs "삼성 적극 행보로 합병 원천 무산은 어려워"
황영기 금투협회장 "합병 무산시 대한민국 평판에 먹칠"… 앞서 서스틴베스트는 합병 반대 권고
[메트로신문 이정경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사이의 공방 속에 금융업계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가능성, 합병 찬반 여부 그리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15일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이 7월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합병이 성사돼도 해외소송까지 갈 가능성 때문에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삼성 측의 우호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다"며 삼성이 합병을 강행할 경우 외국인 지분이 엘리엇 측 손을 들어주며 어려운 표대결을 할 것임을 예상했다. 이어 "해외소송에서 합병비율을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게 된다면 엘리엇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2조~3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삼성 측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10%p 늘리는데 드는 비용은 1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이 잠재적 비용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지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앞서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은 의견을 같이 하는 주주 동의를 구하겠지만, 삼성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합병을 원천 무산시킬 지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 중 인덱스 펀드는 엘리엇의 행동주의에 적극적 동의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 중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삼성 우호세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합병 찬반에 대한 의견도 갈리고 있다. 전날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합병이 무산되거나 (삼성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면 삼성의 평판, 대한민국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닌 취약성을 세계에 노정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말해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황 회장은 "합병 발표 후 주가가 즉시 오른 것은 시장에서는 합병을 반긴다는 얘기"라며 "국민연금이 굳이 반대편에 서야 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내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8곳에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이날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이로 인해 가치의 정상화가 진행됨으로써, 향후의 상승여력이 40%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며 삼성물산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라고 권고했다. 반대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합병법인 주가의 상승여력이 우리의 기존 일반 지주회사 밸류에이션 기준을 적용하면 -8.6%이며, 시장의 높은 기대치가 반영된 컨센서스 중간값을 적용해도 5.0% 상승여력에 불과하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 모두 차익실현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삼성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대해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인한 합병 포기란 가설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며,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언급"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합병 무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전거래일 대비 1600원 (-2.34%) 하락한 6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