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국회의원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현역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밥값 일부를 대신 낸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1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7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홍씨가 출판기념회에서 밥값을 대신 낸 시점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내년 4월 13일로부터 2년 8개월 전이라고 해도 홍씨의 기부행위는 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에 관한 제3자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63·제주시 갑) 의원 고교 선배 홍씨는 2013년 8월 제주 애월읍 한 식당에서 열린 강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식사비를 대신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홍씨는 참석자 100여명의 식사비 120만원 중 48만원을 신용카드로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는 모금함도 있었지만 모금액이 102만원에 불과해 책값 30만원을 제외하면 72만원으로는 120만원의 밥값을 낼 수 없게 되자 홍씨가 나머지 48만원을 대신 내 준 것이다.
1심과 2심에서는 "홍씨가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 명목으로 식사 자리를 마련해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사비 중 일부를 지급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2년 8개월 남았다는 기간만으로 선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홍씨의 행위는 선거법이 금지하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한 기부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 또는 그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선거 시점과 상관없이 출판기념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와 같이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일어날 수 있는 불법적인 기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