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로서 판단 기준은 수익률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불만 무시하기 어려워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5일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섰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엘리엇이 단순 차익 실현으로 '먹튀'를 할 것인지 여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향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삼성SDI(7.18%), 삼성화재(4.65%) 등을 합쳐 13.99%에 불과한 만큼 국민연금의 대응은 이번 합병 문제에 있어 외국인 지분 다음으로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자산으로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합병에 찬성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대로 합병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까지 행사하기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률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엘리엇의 지분 매입 공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7만원대까지 뛰어 차익 실현할 수 있음에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5만7234원을 행사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행동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메트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6일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가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1차 검토를 하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몸집이 큰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시장에 바로 영향을 주는 만큼 주총 전에 지분을 대거 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재무적 투자자의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수익률이라는 점에서 합병에 적극적 반대 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라며 "연기금이나 다른 투자자 중에서 주가가 올라가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거래일보다 5600원(7.36%) 내린 7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합병안을 두고 지분 경쟁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급등했던 주가는 이날 장 시작 당시 8만40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 물량이 나오며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 닷새 만에 '팔자'로 돌아서 삼성물산 주식 4만2875주를 순매도했다.
주가의 향방과 합병 가능 여부를 결정할 외국인 지분에 대해서는 오는 11일 주주확정 기준일까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