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외국인 지분 증가…삼성과 엘리엇 간 지분 다툼 기대감
[메트로신문 이정경기자] 삼성물산 주가가 삼성그룹과 엘리엇 매니지먼트 사이 지분다툼 기대감에 거침없이 상승했다.
향후 상승 여력이 남아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일대비 9.5%(6600원) 오른 7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은 10.32% 급증해 이틀간 오른 상승률은 20.8%에 달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의 공시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지난 5일 삼성물산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33.75%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밝힌 4일에 비해 0.67% 증가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증가하기 시작한 3일에 비해서는 1.64% 증가한 수치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은 주주에 대한 부당한 대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지분 증가나 외국인 규합을 통해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외국인이 규합해 주식매수청구권을 1조5000억원 이상 행사할 경우 삼성의 합병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 때문에 양측 간 지분에 대한 힘겨루기가 생긴다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실제 외국인의 지분 증가와 20.8%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과 엘리엇 사이 힘겨루기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03년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 당시 액면가 13억3000만 달러의 국채를 4800만 달러의 헐값에 사들인 뒤, 미국법원에 소송을 내며 액면가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해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엘리엇이 불공정 문제를 빌미로 삼아 시세 차익을 챙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개미 투자자들이 현 상황에서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지주회사 담당 연구원은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는 것은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의 지분 평가가치는 이틀만에 1457억원이나 불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투자기법인 공매도량은 지난 5일 삼성물산에 대해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치로 삼성물산의 주가 향방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의 시각은 현재의 주가 상승세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4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도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한 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 치워 3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바 있는 만큼 개미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