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7일 14명 더 확인돼 64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사망자는 5명, 격리자는 186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대병원보다 더 월등한 의료시설과 의료진으로 대한민국 1등 의료기관을 자처한 삼성서울병원(병원장 송재훈)에서만 10명의 환자가 새로 추가돼 17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명이 지난 5일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천에서 1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감염이 시작됐다. 또 부산에서 1차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은 이 남성에게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서울에서 부천과 부산까지 확대되자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전국에 걸쳐 대규모 메르스 확산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부천에서 1차 확진 판정을 받은 36살 A씨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60대 부친을 간병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남성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째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이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메르스 1차 확진자도 부천의 이 남성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61세의 이 남성은 지난 1일 경기도 부천의 친척 장례식장에 들러, 조카인 부천의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했다.
아울러 경기도 성남의 메르스 환자도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인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에 전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7일 오전 11시 뒤늦게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24개 메르스 감염병원을 발표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과 시민들은 삼성서울병원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병원이 소재한 서울 강남구에 사는 강아무개(35)씨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자 관리에 실패하고 거기다 환자가 숨진 사실을 이틀이나 숨긴 것은 지금처럼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비상한 시국에 상급 병원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메르스 환자가 국내 빅5에 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무더기로 발생하자 서울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고조되는 가운데 이 병원 20층 VIP실에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르스 사망자 4명 중 80대 1명, 70대가 2명, 60대 후반 1명, 50대 1명으로 이건희 회장은 74세로 50대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망자 의 나이와 중증질환을 앓고 있던 상황이 비슷하다. 그만큼 메르스 감염에 취약한 연령대이고 한 때 병세가 악화돼 호흡기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병원으로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 이어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2015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뚫리고 환자가 사망한 사실까지 감추는 등 병원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했다는 도덕적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메르스 검사결과 14명이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은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고 나머지 10명의 추가 감염자는 모두 서울시내 대형대형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내원했던 64번(75) 환자는 지난 5일 숨진 사실이 드러나, 지난 3일 대전E병원에서 숨진 36번(82) 환자에 이어 3차 이상의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됐다.
보건당국이 사망 사실을 이틀 뒤에야 공개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정보 독점 및 은폐' 논란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또 55번(36), 56번(45), 57번(57), 58번(55), 59번(44), 60번(37·여), 61번(55), 62번(32), 63번(58·여) 환자도 추가 감염됐다. 모두 응급실에 내원 또는 입원했다가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60번은 이 병원 의료진이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모두 17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조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추가 감염자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당국은 "주말을 넘기면서 감염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지만, 잇따른 오판과 부실 대응으로 방역 자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