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책임을 두고 국회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회부터 감염병 관련법의 구멍을 13년간이나 방치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달 26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관리법)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 일로를 걷던 시점이었다. 개정안은 감염병과 관련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의 범위, 신고 의무자의 범위,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장소의 범위, 신고의 방법·기간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제12조에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의 관리인 등이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해당 주소지를 관할하는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세부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전락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이미 12년 전인 2002년 중국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면서 전염병예방법(감염법예방관리법 이전 법률)을 개정했다. 2003년 8월의 일이다. 국회는 이때 비로소 신종전염병 및 생물테러전염병환자와 그 접촉자에 대한 강제입원, 가택격리 등의 규정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신고와 관련된 조항은 구멍 난 상태였다.
이후 2009년 신종플루, 2013년 조류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전염병이 돌면서 13년 동안 법안 개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회는 신고 관련 조항의 구멍을 메우지 않았다. 올해 메르스 사태를 맞고서야 부랴부랴 구멍 메우기에 나섰다. 법안의 심사기간을 생각하면 실제 법안의 효력은 메르스 사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회 내에서의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만이 거셀 뿐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확신시켰다"고 비판하는 데 그쳤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역시 지난달 28일 방송에 나와 개정안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을 뿐이다. 김 의원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 "현재의 방법은 아주 수동적"이라며 "초기 1차 감염 당시 감염자를 잘 판단해서 완전 격리했으면 2차 감염이 안 되는데 그것을 방심하고 몰랐기 때문에 2차 감염자가 추가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