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가뭄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밭에 물을 대기 위한 급수설비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면서 경영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경북영양=홍경환 객원기자
[메트로신문 홍경환 객원기자·경북 영양] 극심한 봄 가뭄으로 올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가뭄의 영향으로 봄 배추 등 농산물의 산지 거래가격은 평년보다 2~ 3배 가량 치솟기 시작했는데, 엘니뇨 현상으로 국제곡물가격도 치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강수량은 1mm에서 6mm에 그쳤다. 경남 창원은 6.0mm, 경북 봉화는 1.0mm, 충북 제천은 1.0mm, 충남 서산은 2.8mm, 전북 전주는 4.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봄 가뭄 해갈을 위해서는 10mm에서 30mm 정도의 강수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분간 비 소식은 없을 전망이다.
◆ 2010년보다 더 심한 배추파동 오나
봄 가뭄으로 인해 가장 먼저 오르기 시작한 것은 봄 배추 가격. 봄 배추의 경우 통상적인 산지 거래 가격이 평당 4000원 선인데, 현재 평당 8000원까지 오른 상태다.
배추 소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문제는 여름이다. 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여름배추 재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랭지 배추 산지인 강원도의 경우 소양강댐이 사상 최악의 수위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소양강댐(만수위 193.5m) 수위는 크게 떨어져 지난 달 말 기준으로 157.25m의 수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1974년 댐 건설 이후 역대 최저 수치다.
여름배추의 경우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배추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야 하는데, 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여름배추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10년 배추 대란보다 더 심각한 배추가격 파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슈퍼 엘니뇨, 국제곡물가격에 타격 입히나
현재 가뭄은 신선식품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가뭄이 세계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남부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미국에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출몰하는 등 북반구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APEC 기후센터는 우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고온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콩 등 곡물류의 국내 가격은 변동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생산한 곡물 재고량과 수입량 등이 충분하기 때문. 하지만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이 지속될 경우 곡물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콩·쌀 등의 곡물류 재배까지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 국내 농산물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