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법원이 '윤필용 사건' 피해자 고 이정표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정은영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불법 고문을 당한 뒤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이씨의 유족에게 총 3억6000여만원의 국가배상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이 이씨를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했으며 수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씨와 그 가족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쿠데타 음모설로 번져 윤 사령관과 그의 부하들이 처벌받은 사건이다.
당시 윤 사령관 측근 대령이 이끄는 육군범죄수사단의 대위였던 이씨는 사건이 터지자 '군납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윗선에도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보안사에 소환돼 구금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보안사 조사관들은 이씨를 고문했고, 이씨는 결국 군사법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받았지만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강제 전역당한 이씨는 당시 고문으로 무릎 통증 등 영구장애를 얻었다. 승무원이던 딸도 1983년 KAL기 피격사건 때 사망해 이씨는 슬픔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 겪다 200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2011년 사건 다른 연루자가 재심 청구를 해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이씨의 유족도 2012년 재심청구를 냈다. 지난해 4월 서울고등법원은 보안사 요원들이 불법 수사로 허위 증거를 만들어 낸 점이 인정된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무죄판결 확정까지 약 41년간 유족은 범죄자라는 주위의 의혹, 지탄 등 국가의 불법행위의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 박주범 변호사는 "41년 전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수사와 재판을 바로 잡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이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성배·손영길 전 준장이 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김 전 준장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