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120명 접촉자 격리관찰 중'
[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메르스 감염자 2명이 또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20일 최초 감염자가 나온 이후 9일째인 29일 현재 9명으로 늘어 메르스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8번째 환자는 A의원에서 첫 번째 환자의 진료에 참여했던 의료진으로 1차 검사(5.26)에서 음성판정이 나왔으나, 5월28일 검체를 재채취해 2차 검사를 시행한 결과 메르스 유전자 양성으로 확인됐다.
또 9번째 환자는 B병원에서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서 입원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로, E병원으로 전원되어 치료받던 중 시행한 가검물 검사에서 메르스 유전자 양성이 나왔다.
복지부는 "현재 9명의 감염자가 접촉한 총 120명에 대하여 격리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메르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28일 감염병위기관리대책전문위원회를 열어 감염병분야 전문가 및 관련 보건의료단체 등과 범정부차원의 메르스 대응 대책을 논의했다.
장옥주 차관은 "복지부는 더이상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 하겠다"고 말하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추진함에 있어 현장에서의 실행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반드시 단시일 내 종식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메르스 감염의심자 중국출국해 국내 허술한 방역체계 망신
하지만 추가 감염자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복지부와 감염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감염의심자가 중국으로 출국해 중국에서도 한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를 문제삼고 있다.
28일 복지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중국으로 출국한 의심자는 첫 번째 환자의 밀접접촉자이며 세 번째·네 번째 환자의 가족으로 현재 중국에 체류중이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양병국)는 "첫 번째 환자 밀접접촉자로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44세, 세번째 환자의 아들, 네 번째 환자의 남동생)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27일 확인하고, IHR 규정에 따라 WPRO와 중국 보건당국에게 이를 알려 진단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으며 국내 접촉자들을 추적조사 해 격리 관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2명의 추가 감염자에 이어 감염의심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것에 대해서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해당 의심자를 발견하지 못한 데 있다"고초기 대응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의심자와 진료의사가 접촉 사실을 밝히지 않은데서 문제가 커졌다"며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에 SNS 등에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추가 2명 모두 1차 감염자로부터 감염, 3차 감염자 확인 안돼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확인된 환자는 모두 전염력이 강한 첫 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2차 전파 사례이며, 2차 감염자로부터 추가 전파되는 3차감염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감염자 발생 추이에 따르면 첫 번째 환자는 5.11일부터 증상이 발현되어 5.20일 메르스로 확인되기까지 타인과 접촉하여 전파할 수 있는 사례이고, 특히, 2차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전파력이 가장 강한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이 가장 심한 시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5.15-17일, 3일)된다.
보건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공포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29일 현재 한국은 중동을 제외하고 메르스 환가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 120명의 접촉자가 격리 관찰 중인 상황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오거나 메르스 3차 감염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6일 기준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24개 국가에서 1천154명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47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4개월간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는 총 165명이 발생했으나 1월부터 증가추세를 보이던 환자 발생은 2월 둘째 주에 28명의 환자가 발생해 정점을 찍고서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 사망자 대다수는 사우디아라비아(1천2명 감염·434명 사망)에서 발생했는데, 아랍에미리트(UAE)(76명 감염·10명 사망), 요르단(19명 감염·6명 사망), 카타르(12명 감염·4명 사망)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망자는 영국은 4명의 환자 중 3명이 사망했으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3명, 2명의 환자가 발생해 1명씩 숨졌다. 그리스와 터키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1명씩 발생해 모두 사망했다. 이어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 각각 1명, 2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필리핀인 1명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국내 첫 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근무하거나 방문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 국내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아
메르스의 확산이 현실로 나타난 가운데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지 의미하는 수치)는 보통 0.6~0.8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첫 번째 환자가 6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돼 국내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기초감염재생산수는 평균 개념이고 의료기관 내 전파와 지역사회 내 전파 간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조금씩 다르다"고 해명했다. 양 본부장은 "사우디에서 발간된 논문을 보면 한 의료기관의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가 7명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양 본부장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의하면 아직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보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빠른 메르스 확산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양 본부장은 "국내 방역체계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규명될 것"이라며 "현재는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인 만큼 여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3차 감염시 최악의 사태, 전국 혼란 가속화
한편 메르스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에 보건당국은 3차 감염이 진행 중일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직접 주재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회의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국민이 정부 대응체계를 신뢰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장관은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펼쳐왔지만, 그 어떤 것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질책성 발언과 함께 "누락된 접촉자가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 3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사회로 퍼지기 이전에 1차 감염, 2차 감염으로 끊어야한다"며 "더 나간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인의 늑장 신고나 감염 의심자의 역학조사 기피 등에 대한 엄중 대처 방침을 계속 역설하는 것도 결국 방역망이 뚫려 '3차 감염'을 통해 삽시간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1조는 감염병 환자 등을 진단한 의사는 소속 의료기관장에게 보고하고 의료기관장은 관할 보건소장에게 이를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동 법 18조는 질병관리본부장 등은 감염병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곧바로 역학조사를 하도록 했다.
처벌 조항에 따라 신고를 게을리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의사와 의료기관장, 역학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사람은 형사 재판에 넘겨져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해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이 보건당국 지시에 따라 자신의 집이나 감염병 관리시설에서 입원 치료받기를 거부해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