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조한진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의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 개인 지분 비율이 줄면서 그룹 승계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1년 넘게 병석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개인 지배력이 떨어진 가운데 지분상속 문제까지 얽힐 경우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을 취했다.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합병 후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6.5%가 됐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나란히 5.5%씩을, 이 회장이 2.9%을 보유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분은 30.4%가 된다. 삼성SDI(4.8%)·삼성전기(2.6%) 등 계열사 등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수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계열분리를 할 경우,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여지가 있다. 지분을 추가 인수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작업 마지막 관문은 이 회장 지분 상속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전자(3.38%)와 삼성생명(20.67%), 제일모직(3.44%), 삼성물산(2.9%·합병 후 비율), 삼성SDS(0.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예정대로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승계 작업은 당초 시나리오대로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확실한 교통정리가 안 된 가운데 상속이 이뤄질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 부회장 삼남매의 역학관계가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법까지 개정되면 이 부회장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 경우 이 회장 재산에 대한 홍 관장의 몫이 확대될 전망이다. 개정 상속법은 혼인 후 증가한 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선취분 50%를 보장하고, 나머지 부분도 상속 비율에 따라 나뉜다. 이 부회장이 승계를 완료하기까지 시간과 자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