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타계 10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자동차산업의 선구자인 '포니정' 고( 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 행사가 21일 저녁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렸다.
추모 행사에는 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정몽진 KCC 회장 등 현대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노신영 전 국무총리 겸 롯데그룹 총괄고문·오명 동부그룹 제조유통 회장 겸 KAIST 이사장·이홍구 전 국무총리·한승주 전 국무총리·차범근 축구감독 등 각계 인사 등 6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행사는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 메시지, 정몽규 회장의 추모사, 10주기 추모영상, 추모 음악회 등으로 진행됐다. 행사장은 행사 시작 시간(오후 6시) 한시간 전부터 고인을 추억하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행사장 입구에는 '포니정'을 기리는 각종 전시장이 마련됐다
추모 행사는 '꿈과 희망을 남긴 선구자 포니정' 이라는 제목의 고 정세영 회장의 발자취를 그린 동영상으로 시작됐다. 영상에선 고인을 기억하는 인사들이 정 회장의 소탈함, 유머스러움, 다정한 모습을 회상하며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은 "지금이라도 웃으면서 다가오실 것 같다. 예전 정세영 회장님이 나를 데리고 백화점에서 사주신 코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추모사에서 "아버지는 항상 도전하시던 분이다"며 "그 도전이 오늘날 현대자동차가 세계로 도약하게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항상 아버지를 따르려 하지만 실수도 많다"며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현대산업개발도 아버지의 뜻을 받아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추모사 후엔 포니정재단에서 선정한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포니를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수상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정세영 회장은 굉장히 저돌적이고 항상 확실한 사람이었다"며 "이렇게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세영 회장의 부인 박영자 여사에게 본인이 직접 그린 초상화를 건넸으며 포니를 직접 스케치하는 모습을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故 정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타계 10주기 추모식에서 1970년대 현대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직접 그린 정 명예회장의 초상화를 부인 박영자 여사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뉴시스
이어진 정 회장과 함께 포니를 개발하고 현대차를 이끌었던 인사들의 대담에선 정 회장과의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추모식은 추모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의 초대 사장을 지냈다. 1974년 국내 최초의 승용차 고유 모델인 포니(PONY) 승용차를 자체 개발, 수출까지하면서 '포니정'이라는 애칭을 얻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다.
하지만 1999년 정주영 회장의 뜻에 따라 조카인 정몽구 현 현대차 회장에게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넘겨주고 현대산업개발로 계열분리해 독립했다. 5년후인 2005년 5월 21일 '포니정'이라는 이름을 남기고 78세의 생을 마감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 앞서 하루 전인 20일에는 경기도 양수리 선영에서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마련됐다.
제막식에는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준 전 의원,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범 현대가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직육면체 화강암석으로 제작된 추모 조형물에는 정 명예회장의 상반신과 포니 자동차 조각이 앞뒤로 새겨졌다. 평소 고인이 강조하던 '돌아보건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길, 그 길이 곧았다면 앞으로도 나는 곧은 길을 걸을 것이요, 그 길을 달리는 내 차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귀도 담겼다.
20일 경기도 양수리에서 열린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정몽규(왼쪽에서 세번째)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