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지난 18일 사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야기할)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를 비롯, 다른 수단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진 뒤 미 국무장관이 공식성상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미측 인사들은 그간 마치 '치고 빠지는'듯한 모양새로 사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케리 장관이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사드문제를 거론한 것도 '한국이 고민해봐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노골적으로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라 보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지난 3월에는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한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중시해달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 당국자가 한국을 찾아 경쟁적으로 민감한 사드 문제를 언급한 셈입니다.
한국은 이른바 G2로 불리는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압박을 가해오자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옹색한 대책으로 '눈치보기'에 열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사드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에 여야가 실체적 논의 없이 탁상공론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답답할 노릇이지요. 국익을 최대한 고려하는 한국의 주체적인 태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Suffer a side blow in a fight, an innocent bystander gets hurt in a fight'라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순박한 구경꾼이 싸움에 다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속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한국이 사드의 정치쟁점화를 경계하고 보다 냉철한 자세로 자국의 득실을 따져야 거대 강국들 틈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