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승계, 아직 갈길 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절차가 시작됐지만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승계 절차로 공익 사업 재단을 물려받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1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장으로 이 부회장을 선임했다.
두 재단은 삼성그룹의 공익·문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창업정신이 깃들어 있는 만큼 오너가가 대대로 이사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을 이어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직후인 1988년과 1992년 두 재단 이사장직에 올랐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선임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단의 지분 증여를 통한 상속·증여세법의 성실공익법인 면세기준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두 재단은 지난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 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삼성생명공익재단이나 삼성문화재단에 넘기고 두 재단을 이 부회장이 지배하면 세금을 물지 않고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재단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상속 또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과거 삼성이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계열사 주식을 늘렸다 줄이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회피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이 과거와 같이 편법으로 절세를 노린다면 그 이익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삼성은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만큼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 관계자는 "상속세는 법이 정하는 대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납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삼성증권 0.25%, 삼성전자 0.02%, 삼성물산 0.07%, 제일모직 0.81%, 삼성SDI 0.58%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생명 지분 2.18%를 소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난해 해결하지 못한 계열사들의 사업 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삼성은 전자, 금융, 건설 분야를 중심 사업축으로 그룹을 재편하려 했지만 건설쪽 계획이 어긋났다.
때문에 합병 후 계획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개편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