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3주년 기획-상생] 한중 자본 유입속 국내 드라마 '풍전등화'…방송사·외주사 '상생' 고민해야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선 지상파와 외주 제작사가 방송법 제72조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2항 '특수관계자 제작 비율' 삭제를 놓고 충돌했다. 특수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의 자회사인 외주제작사를 의미한다. 현행 제도에서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은 최대 21%까지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상파는 특수관계자의 프로그램 편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3사는 '지상파방송 3사 외주제작 상생협력방안'을 발표했지만 독립제작사협회는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015년은 한미·한중 FTA로 국내 방송시장이 전면 개방된 첫 해다. 특히 중국의 거대 자본이 제작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어 한류의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 생산자들의 협업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상생에 대한 방송사와 외주사는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저작권까지 쥐고 있는 지상파
다매체 시대에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콘텐츠를 가진 자가 우위에 서야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는 여전히 을이다.
외주 제작사 A씨는 방송사가 막강한 권력을 지닐 수 있는 요인으로 '편성권'과 '저작권'을 이야기한다. 방송사가 고유 권한인 편성권은 물론 콘텐츠 저작권 전부를 쥐고 있기 때문에 상생이 원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작사는 방송사가 만들어 놓은 수익구조를 고려해 제작을 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2차 저작물 등 추가 수입 역시 저작권을 독식하고 있는 방송사의 것이죠."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미생'은 지상파 방송사와 합의를 이루지 못해 케이블 채널에 편성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브라인에만 집착하고 장르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지상파의 답습을 비난했다. 방송 산업의 흐름을 주도해야할 지상파가 오히려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A씨는 "한류를 이끈 대부분의 작품이 외주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지상파는 권리를 쥐고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KBS2 금토극 '프로듀사'(위)·MBC 수목극 '맨도롱또똣'.
◆ 스타 작가 보유한 제작사
방송사가 외주 제작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회당 평균 제작비가 올라 방송국 예산만으로는 제작을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외주사를 통한 협찬, 간접 광고, 기타 사업수익으로 예산을 조달해야만 손익 분기점을 겨우 맞추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제작사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도 고전하고 있다. 방송사 PD B씨는 "방송사가 갑인 시대가 지났다. 지상파 플랫폼 자체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좋은 드라마의 출발은 좋은 대본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승률이 높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가와 계약하고 있는 외주사가 방송국과의 관계에서 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또 제작사 중에는 자신들의 수익과 이해 관계만을 고집하기도 해요. 권리 배분 과정에서 갑질을 심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는 거죠."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위)·MBC 월화극 '화정'.
◆ 상생 방향…위험 부담 공유
이대로 가다간 국내 방송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자본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이들 거대 자본과 맞서려면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가 협업을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 다만 양측 모두 협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아직까지 입장차는 여전해 보인다.
한류 열풍의 지속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결국 콘텐츠를 가진 자쪽이 주도권을 잡는 업계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갑'인 시대는 끝났다. 방송사는 저작권의 일부분을 외주사에게 주고, 외주사는 프로그램 결과물에 대한 리스크도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 또 방송사는 점차 드라마나 예능의 자체 제작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