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홈 100만호사업' 참여 신재생에너지 중소업체 무더기 파산 위기…왜?
정부의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에 참여했던 대전·충청권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유망 중소업체들이 무더기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해당 업체들은 지열 난방설비 공사 등을 수주하면서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국비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명의 대여만 하고 실제 시공은 무자격업체에 맡겼다는 등의 이유로 1년여전 기소됐다. 일부 업체는 억울하다며 수사단계에서 부터 강력 반발했다.
에너지관리공단과 상급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소된 것 자체를 문제삼아 이들 업체의 에너지관리공단 관련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 참여 신청자격을 정지시켰다. 이 탓에 해당 업체들은 신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매출 급감과 함께 줄 도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12일 검찰과 법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주로 대전·충청권에 기반을 둔 신재생에너지 중소기업 14곳이 지난해 4월 수원지검에 의해 총 40억원의 국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해당 업체 대표 등은 수원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징역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최근 대법원에 집단 상고했다.
◆ 무자격 업체가 국비 보조금 타려내려다 문제 발생
그린홈 100만호 보급 사업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주택 100만호 보급을 목표로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주택에 설치할 경우 그 일부를 국가가 보조 지원하는 사업이다. 주택소유자가 설치를 원하면 시공 자격이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사대금 일부를 공단으로부터 지원받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관리공단에 국비 보조금을 신청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업체와 브로커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격을 인정받은 업체인 척 주택소유자를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기소된 업체들은 이를 알고도 사실상 명의만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은 기소 당시 "국비보조금이 지원되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주택보급 사업과 관련해 무자격업체에서 자격업체에게 명의 대여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고, 실제 무자격업체가 시공하였음에도 자격업체가 시공한 것처럼 계약서 등을 허위로 작성·제출해 공단으로부터 총 40억원 상당의 국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급심 법원도 이런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 업체 대표 등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 일부업체 "부분 하도급만 했는데도 국비 편취죄로 처벌"
기소 업체 중 명의대여 사실은 인정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주택소유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시공은 물론 애프터서비스(AS)까지 했는데, 지열펌프를 설치하는 공사 일부를 무자격업체한테 하도급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됐다. 이런 단순 하도급이 왜 국비 편취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1,2 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주한 공사를 하도급으로 양도할 수 없다'는 에너지관리공단의 관련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상급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00% 하도급의 경우만 규제대상이며, 일부만 하도급을 준 업체의 경우 하도급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공단에 통보했는데도 공단이 이를 정확히 적용하지 않고 검찰의 기소내용과 판결을 근거로 참여제한 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비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서 공사의 상당부분이 하도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하도급 규제 관련 규정도 2009년 시행 당시에는 "승인된 사업을 타 전문기업에게 임의로 하도급 양도할 수 없다"고 했다가, 2012년 개정판에서는 "참여 시공기업은 지원 대상으로 확정된 사업을 직영관리 해야 하고 타 전문기업에 양도할 수 없으며, 양도시 센터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바꿨다.
단순 설치 등 일부 공사의 경우 하도급이 불가피하다는 걸 공단도 인지하고 '직영관리'가 되는 한도에서는 일부 하도급은 허용한다는 취지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 "에너지관리공단의 성급한 자격정지로 폐업위기"
기소된 업체들 입장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성급한 자격정지 처분이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공단은 업체들이 기소된 직후 검찰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업체들의 국비 보조금 신청 자격을 정지시켜버렸다. 해당 업체들의 반발로 다시 되돌리기는 했지만 이미 '사기업체'로 낙인이 찍히고 영업중단 여파로 신규수주가 힘들어지면서 해당 업체들은 매출 급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대덕연구단지에 있던 본사건물을 매각하고 인력도 줄이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이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섣불리 영업을 봉쇄하면서 유망했던 중소기업들마저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건물주와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지열펌프를 생산하고 설치공사만 하도급을 줬는데, 이런 일부 하도급은 에너지관리공단도 문제삼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검찰과 1, 2심 법원이 이를 간과한 채 무자격업체에 100% 하도급하거나 명의만 빌려준 다른 업체와 동일시 하는 바람에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미란 기자/actor@metroseoul.co.kr